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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윤종신 - [Behind The Smile (2005)]


90년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 '015B'의 '텅 빈 거리에서'의 객원 보컬로 시작하여 그 순수함을 자랑하던 대학생 윤종신은, 어느 순간 우리에겐 '가수'라는 이름보다는 '예능 늦둥이'란 별명으로 더 익숙해져 버렸다. 실제로 언젠가부터 우리는 윤종신이라는 인물을 음악 프로그램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만나고 있으며, 노래를 하는 모습보다는 게스트들과 토크를 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혹자는 윤종신은 이제 음악이라는 범주 안에서 회자되기엔 너무 멀리 가버린 뮤지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말한다. 하지만 그의 웃음 뒤에 숨어있는 그만의 처절한 감성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만들어내고 노래했던 애틋한 그 음악들과 얽혀있는 추억들이 더 지우기 힘들다 말하기도 한다.



음반의 재발견②: 윤종신 10집 <Behind The Smile>

  
윤종신 10집 [Behind The Smile]
ⓒ 티엔터테인먼트
윤종신

1991년 1집 <처음 만날 때처럼>의 첫 트랙에 실린 동명 타이틀곡에서 피아노의 코드를 따라 충실하고도 정성들여 노래하던 어린 윤종신은, 당시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만큼 맑은 미성의 소유자였으며 그 순수함 만큼 대중들에게 아름다운 감성을 자극하던 가수였다.

그리고 1년 뒤 그의 2집 <Sorrow>에서, 015B의 정석원이 곡을 만들고 박주연이 가사를 입힌 '너의 결혼식'이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기 시작하면서 윤종신의 음악적 색깔은 처음 정의되기 시작한다.

특히 이 곡에서 윤종신은 1집에 얇은 미성대신 감정이 듬뿍 실린 약간은 거친 창법으로 노래를 했는데, 그러한 그의  진심어린 노래는 소녀들과 연인들을 눈물짓게 만들었고 동시에 음악 관계자들을 그와 함께 노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음악 전체를 관통하는 '서글픈 일상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지는, '윤종신 음악'의 첫 서막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그의 시작은 당시 정석원의 음악적 방향아래서 상당부분 이루어졌는데, 특히 이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서정어린 멜로디와 세련된 편곡은 대중들에게 윤종신이라는 인물이 TV에서 노래하는 일반적인 가수들과는 선을 긋는, 즉 한 차원 진보적인 음악인의 이미지를 확고히 마련하는 계기와 기반이 되어 작용했다.

이는 결국 그가 꽤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특별한 뮤지션으로서 인정받는 결과로 귀결됐으며, 그리고 그러한 인정은 91년 솔로 데뷔 이래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그가 내놓은 11장의 음반들은 대부분 다 히트를 쳤다는 그 진실만으로도 상당히 정당하다 할 만하다.

 

'괴물'처럼 처절했던 그의 사랑 이야기

그러한 윤종신이 2001년 9집 <그늘> 발매이후 군 공백기 이래 가장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발매한 10집 <Behind The Smile>은 외도 아닌 외도를 일삼던 윤종신이 10년만에 다시 정석원과 손을 잡고, 아울러 본인이 직접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맡으면서 '윤종신 음악'을 완성시킬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조율한 음반이다.

따라서 <Behind The Smile>에서 윤종신은 여전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사랑의 슬픔과 일상의 이야기를 평범하고도 처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노래하지만, 지겹다는 감정보다는 외려 반갑다는 느낌으로 청자에게 다가온다. 분명 어디에선가 반복해서 들었던 누군가의 신파이고 넋두리이건만, 술자리에 마주앉은 친구가 하는 그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웃으며 들어줄 수 있는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팥빙수'라는 그의 스타일과는 다분히 이질적인 히트곡이 담겨져 있는 그의 전작 9집 <그늘>은 상대적으로 크게 성공했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엔 힘든 음반이었고, 그 아쉬움만큼이나 10집 음반 타이틀인 <Behind The Smile>의 글귀는 그의 오랜 팬들에게는 꽤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울러 그의 팬들은 <Behind The Smile>은 청년이 지닌 사랑의 절실함과 설렘 대신, 어른의 편안함이 진하게 자리 잡고 있는 11집 <동네 한바퀴>의 바로 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음반이라는 사실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한 위치가 이 <Behind The Smile>의 가치를 규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어떤 의미로는 우리가 윤종신이라는 뮤지션에게서 다시는 들을 수 없을, 서글픈 사랑의 노래들이 이 <Behind The Smile>에 마지막으로 담겨져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에 그의 사랑 이야기는 베스파를 타고 '동네 한바퀴'를 휘 돌며 추억을 되뇌는 행복한 한 가정의 가장 이야기로 흘러 지나갔다. 10집에 실린 '몬스터'라는 곡처럼 그렇게 처절하게 그녀를 부르짖던 괴물 같던 한 남자는, 이제 소파에 앉아 아들과 함께 나란히 노래 부르는 행복한 남자가 되어 해피엔딩을 맞은 것이다.

실제로 윤종신은 이제 그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슬픈 사랑에 대한 곡을 쓰기 위해서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집을 떠나 혼자 사는 친구 집에 잠시 기거해야 하는 때가 와 버렸다 말한다. 이는 결국 그의 <Behind The Smile>를 기점으로 그는 이제 더 이상 사랑에 목숨 걸고 설레어하는 찌질한 남자가 아닌, 그 어떤 것도 특별할 것 없이 이별도 담담히 반추할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이 된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윤종신 음악'의 마지막 집대성 <Behind The Smile>

  
윤종신 10집 [Behind The Smile]은 어떤 의미로는 그의 처절한 사랑이야기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음반이다.
ⓒ 티엔터테인먼트
윤종신

그래서 오늘 얘기한 2005년에 발매된 윤종신의 열 번째 솔로앨범 <Behind The Smile>은 그의 음악세계를 가장 끝에서 보여주는 마지막 음반이라는 의미에서 그의 팬들에게, 그리고 윤종신의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대중들에게도 상당히 소중한 음반이다.

물론 현재에 도드라지는 그의 재기발랄한 음악과 어른의 여유 있는 사랑이야기가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며, 다시 한 번 그가 이러한 <Behind The Smile>이 실린 사운드를 재연해내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그만큼의 절실함이 온전히 실린 음반은, 결국 현재로는 <Behind The Smile>라는 그 사실은 누가 뭐래도 변치 않는다. 이 음반이 윤종신이 발매한 그 동안의 앨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이목을 끌지 못했던 그 아쉬움의 크기만큼이나 말이다.



출처 : '윤종신'이 노래하는 마지막 사랑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