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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뮤직] - 슈퍼세션 [Super Session]

Baker 2010. 11. 6. 16:59


새롭게 들리는 어떠한 '움직임'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정희웅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음악은 사실 비즈니스와 뗄 수 없다. 그 말인 즉 슨, 결국 자본의 흐름 안에서 음악은 트렌드를 따르고 대중의 지지기반에서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대중의 크기는 결국 수요의 크기이며, 그것이 끝났을 때 음악은 생명력을 잃는다. 결국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 존재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과 같이 소진되어가는 음악이 득세하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현재 마니아 집단은 자위집단이며, 음악평론은 사실 음원과 공연의 판매 수단일 뿐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신화였던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 '신촌 블루스'의 엄인호, '들국화'의 주찬권의 [Super Session]의 탄생은 의미가 깊다. 아니, 반드시 깊어야만 하는 음반이다.

각종 언론이나 비평 글에서 이 음반을 두고 쾌척이니, 슈퍼음반이니 하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거듭하는 이유도 이 음반이 가질 역할에 대해 거는 기대의 방증이다. 따라서 청자는 이 [Super Session]을 좀 유심히 감상할 필요가 있다. 60년대 블루스 리바이벌과 같은 일종의 음악적 모멘텀을 이 음반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한국 대중음악 비즈니스의 선택적 폭과 청자의 심취 역시 과거의 영광으로 그치지 않음을 굳건하게 증명할 수 있게 하는 것은 [Super Session]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 음반의 결론을 말하자. 한 마디로 심히 훈훈한 음반이다. '블러드 스웨트 앤 티어즈'의 알 쿠퍼, '일렉트릭 플레그'의 마이크 블룸필드, '버팔로 스프링필드'의 스티브 스틸스가 68년 발표한 동명의 [Super Session]과 비슷한 노선을 타는 듯한 느낌 외에도 굉장히 고심을 거듭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청자는 얼핏 봐도 장르가 구분되는 들국화와 사랑과 평화, 그리고 신촌 블루스의 협연은 이러한 고민 끝에 록의 뿌리인 블루지함을 선택함으로써 장르의 통합과 청자의 편안함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울러 음악적 혼합이라고 하지만 각자의 고유한 색깔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게 특징인데, 김목경의 6집에 실긴 '다시처음 이라오'와 맥을 같이하는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를 비롯해서, 'LA Blues'와 같은 곡들은 엄인호와 신촌 블루스, 그리고 김현식의 교집합이 녹여있는 가장 색깔이 진한 곡들이다. 아울러 비슷한 진행으로 연결되는 주찬권의 '다시 시작해'와 '상심의 바다' 역시 금세 구분이 가능하며, 과거 사랑과 평화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온 리드미컬한 '바람불어' 역시 최이철 그만의 고유한 색깔이 묻어난다. 또한 이 모든 것들이 과거 그들의 연주실력 그대로 튀어나오는 것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결국 이 [Super Session]은 그들만이 가지는 음악적 역사를, 블루스라는 덮개로 포장하고 또 그 안에 합일을 통하여 어린 청자들에게 신선한 임팩트를 주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그 안에는 분명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이 틀림없으며, 그런 측면에서 이 [Super Session]은 자신의 역할을 대체적으로 훌륭히 수행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층 더 진일보한 사운드나 순수한 연주곡들을 기대했던 청자나 완벽한 통일을 기대한 청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다고는 하지만, 존재했던, 그렇지만 잊고 있었던 거장들의 움직이는 생동감은 분명 소리를 넘어선 어떠한 감동이다. 그리고 사실 음악이면에 담겨 있는 모습들, 즉 거장들이 서로서로 다시 모여앉아 좋은 소리를 뽑기 위해 연습실에 모이는 장면과 공연연습을 하는 모습은 그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출처: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0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