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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돌들이 무척이나 과감해졌다.
이것은 청순한 콘셉트에서 섹시콘셉트로 변신을 꾀한 누군가가 이번 음반에선 얼마나 헐거운 의상을 입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채우면 채울수록 비어져가는 그것. 약간의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종국엔 인생 전부를 걸게 되기도 하는 그것. 가볍다면 그 어떤 것보다 가볍고, 무겁다면 그 어떤 것보다도 무거운 바로 그것. 바로 '아이돌'과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아이돌들은 미디어를 통해 거침없이 자신의 사랑관과 좋아하는 사람을 공개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효연 같은 경우는 SBS <강심장>에서 현재 짝사랑하고 있는 현역 남자 아이돌을 언급해 한동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2AM' 조권과 '브아걸' 가인, 소녀시대 서현과 '씨엔블루' 정용화는 알다시피 브라운관에서만큼은 대놓고 연애를 즐긴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복귀를 완료한 '원더걸스'의 한 멤버는, 자신의 과거 연예활동 시절 만났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토크쇼에서 풀어놓기도 했고, 남자 아이돌들의 경우엔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여성 아이돌에게 구애하고 있다.
아울러 SBS <패밀리가 떴다2>에서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2PM' 택연과 소녀시대 윤아 역시 프로그램 내에서 러브라인을 형성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의 선배격인 아이돌 1세대들은 그런 그들에게 젊었을 때의 연애를 종용하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아마도 '연애경험'이란 곧 '인생경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돌 그룹들의 연애, 과연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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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현재 아이돌인 그들이 연예활동을 하면서 자유로이 연애를 하는 것이 한국에서 가능한 일인가. TV에서 나오는 모습만큼 그들은 자유로운 사랑을 하고 있는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고, 당당하며, 멋있을 그 시기에, 그들은 과연 우리와 같이 사랑을 누리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튀어나온다.
그러나 대답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알다시피 연예인이란 결코 함부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들을 따르는 팬들의 질투는 말할 것도 없고, 기획사 역시 이 점에 대해서만큼은 난색을 표한다. 정말이지 아이돌의 연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쿨' 하지 못한 것이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한창 인기를 얻을 때의 그들 사생활은 대형 스캔들과 연결되기 마련이며, 그것이 터지게 된다면 그들이 속해있는 그룹 전체의 입지와 가수로서의 경력은 그 순간 추락한다. 그 결과 기획사의 주가는 타격을 받고 산업은 흔들린다. 개인에게 있어서는 이제껏 기나긴 시간을 버텨왔던 연습생 시절과 단계를 올라오던 그 순간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기 쉬우며, 팬들과 대중들은 분명 그런 그를 외면할 것이다.
그것은 그들에게는 일종의 공포이자 질 나쁜 협박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대놓고 연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그들의 사랑은 공개된 장소인 TV브라운관에서만 허락된다. 둘만이 속삭일 장소는 그 외에 그 어느 곳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가수 이효리가 연애가 하고픈 후배에게 '연애할 장소가 필요하면 내 집을 빌려주겠다'라고 방송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말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아이돌 그룹, 그들의 연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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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아이돌들이 아예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슈퍼주니어'의 신동 같은 경우 이번 신보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에 대한 사랑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흔히들 말하는 '몰래 연애'는 사실 어디서나 존재할 터. 아닌 게 아니라 과거 국민 아이돌이라 불리었던 'g.o.d'의 김태우도 '보이지 않는 척하면서, 당시 대부분의 아이돌들이 연애를 하고 있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사생활에 제약을 받고있다. 그들에게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은 분명하다. 사랑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것은, 그 제약의 강도를 떠나 그 자체로 고문인 것이다.
언젠가 될진 모르지만 결국 그들의 연애와 사랑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때가 와야 한다. 가십거리의 양산이라는 비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은 분명 사랑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게 외려 이상하다.
성공할 때까지 참아라. 스타가 될 때까지 참아라. 1위가 될 때까지 참아라. 돌이켜보면 우린 그런 속임수에 참으로 많이도 속아오지 않았는가. 이제 모두 아이돌들과 스타의 연애에 대해 '쿨' 해야 할 때가 다가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그런 그들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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