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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한 글/오마이뉴스

[리뷰] '익숙한' 허각, '끼있는' 존박, 슈스케 최종 승자는?


  
15일 방송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장재인이 탈락하면서,
존박과 허각이 최후의 '슈퍼스타'의 자리를 두고 다투게 됐다.
ⓒ M.net
슈퍼스타K2

최근 대한민국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승부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4년 만에 패권에 도전하는 삼성 라이온즈와 2010 정규리그 우승에 빛나는 막강 SK 와이번즈 간의 한국시리즈. 그리고 두 번째는 대국민 오디션을 자처하는 M.net의 <슈퍼스타K 2>에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승부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15일 오후 11시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슈퍼스타K 2>에서  시청자 선정곡을 미션으로 받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결과, 존박과 허각이 살아남고 장재인이 탈락했다. 이로써 결승전은 존박, 그리고 허각 이 두 사람이 최후의 2인이 되었으며, 오는 22일 결승 무대에서 새로운 미션으로 두 사람 중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최종 우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하는 잔인한 문제만이 하나 남았다.

따라서 최후의 자웅을 가릴 두 사람이 지금껏 보인 무대와 음악을 통해 그들만의 특징을 알아보고 또 나름의 승자를 예측해 보는 것도 당사자들에게는 잔인하겠지만, 꽤 흥미로운 일이 될 듯하다.

 

한국 대중음악의 스탠더드, '허각'

  
허각, 그는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감성을 노래할 줄 아는 도전자다.
ⓒ M.net
허각

허각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우리나라 '가요'의 특징을 나타낼 줄 아는 보컬리스트라는 점이다.

최근 해외 팬들로부터 K-pop으로 대변되는 한국 대중음악은, 해외의 팝의 원형에서부터 상당히 멋지게 로컬라이징 된 고유한 색깔을 지닌 음악이다. 물론 최근 아이돌 팝을 위시한 국내 대중음악의 경우 외국의 최신 트렌드와 발맞춰 나가며 변화에 맥을 함께 공유해나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 원형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과 차별되는 가요만의 독특한 매력은 분명 우리의 인식 안에 꽤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허각은 이러한 감성을 이제껏 가장 안정되게 불러온 후보자중 하나다. 과거 행사가수 시절 불렀던(혹은 불러야했던) 국내 주류 대중음악 레퍼토리들이 현재 그의 창법이나 표현력의 큰 바탕이 되었을 듯싶다. 

탈락한 장재인이 주류에서 벗어난 인디신의 감성을 건드리고, 존박은 대중들에게 세련된 팝적인 감성을 건드린다면 허각은 이처럼 국내에서 우리가 주로 듣던, 그래서 아주 익숙한 그 무엇을 툭툭 잡아챈다. 한국 대중음악의 스탠다드를 안정적이고 멋들어지게 노래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현재 허각이 가지는 최대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따라서 <슈퍼스타K 2>에서 그가 불렀던 이문세의 '조조할인'과 같은 노래는, 그래서 그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무대였으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스스로의 약점도 노출시키게 되는데, 특히 그가 불렀던 마이클 잭슨의 'I'll Be There'과 같은 곡은 마이클 잭슨의 그것보다는 고음을 주로 사용하여 노래하는 국내 알앤비 가수 나얼이나 정엽을 닮았다. 덕분에 그는 이 무대에서 고음과 저음사이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또한 음악에서 변환이라는 것은 결국 바탕에 기인하는 것이기에, 단계를 뛰어넘으려는 허각의 도전은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부를 때도 여과 없이 실패로 나타났다. 그는 이 무대에서 어딘가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창법을 재정립하려 했지만, 알게 모르게 기존 가요의 기준에 맞춰 노래하던 그가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꾸려고 했던 시도는 역시 현재로선 무리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었다.

그러나 그는 영리하게도 15일 방송된 <슈퍼스타K 2>에서 보여준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길을 찾는데 성공한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는 그 무대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 보였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는 분명 사람을 움직이는 노래를 했다. 이것은 결국 그가 들려줄 수 있는 음악적 색깔이 한층 더 다양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22일 결승전을 앞둔 이 시점에서 허각의 기세를 고취시킬 중요한 자원이 생겼음을 의미하는 것임에 다름없다.

 

처음부터 '슈퍼스타'의 끼를 지닌 '존박' 

  
외모 만큼이나 세련된 음악성을 보여주는 존박. 그는 '슈퍼스타'라는 이름에 걸맞는 매력을 지녔다.
ⓒ M.net
존박

알겠지만, 존박의 경우 허각과는 또 바탕이 다르다.

과거 <아메리칸 아이돌>을 통해 그가 열창했던 존 메이어(John Mayer)의 그것에서 존박이 가지는 음악적 바탕을 조금 찾아볼 수 있는데, 존 메이어, 그는 알다시피 성숙하고 포근하며 또 끈적이지만, 반대로 이성적이고 차갑다. 그리고 존박의 음악과 이미지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블루스와 재즈 스탠더드와 같은 세련된, 그리고 그가 익숙했던 그 문화와도 닿아있다. 

그래서 존박은 어떤 의미에선 선의의 피해자다. 대체적으로 가요에 몰입되어있는 <슈퍼스타K 2>의 무대는 그에게 늘 부담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그것을 배려하고자 그에게 배정되는 소울과 재즈의 분위기를 가진다는 '편곡된 가요'의 배정은, 그에게 실상 혼란만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거기서 가지게 된다.

미국이 가지는 거대한 음악적 범주를 망각한 채, 그를 단순히 '미국 팝의 특성을 지닌 후보자'라는 이름표를 왼쪽 가슴에 박아 곡을 배정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그에게 결코 도움만 되진 않았을 터이다.

실제로 그가 이제껏 가졌던 무대 중에 가장 훌륭했던 무대라면 역시 이문세의 '빗속에서'라는 노래를 부를 때였지만, 이 곡은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이라는 점과 무대에 올라서기 전 급하게 바뀌게 된 선곡이었다는 사실은, 결국 그는 다른 후보자들과는 달리 태생적인 짐을 얹고 간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끝끝내 결승까지 올라왔다. 그 배경에는 그의 세련되고도 유려한 음악적 능력 외에도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이 극찬(?)한 훤칠한 외모나, 앞서 말한 <아메리칸 아이돌>의 출연경험과 같은 다른 후보자들과는 차별되는 '슈퍼스타'로서의 끼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DJ.DOC'의 이하늘이 10월 1일 방송된 <슈퍼스타K 2>에서 "어차피 존박이 우승하게 되어 있다"라는 발언을 허각과 김지수에게 한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결국 존박이 허각을 뛰어넘는 뛰어난 음악성 역시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느냐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확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가 과거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자주 들었던 평가인 '전체적으로 밋밋하다'는 얘기는 사실 <슈퍼스타K 2>에서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슈퍼스타K 2>에서 보여줬던 무대가 타 후보자들에 비해 크게 화제가 되었던 적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는 그의 최종 라이벌이 된 허각의 '조조할인', '하늘을 달리다', 장재인의 '님과 함께', 강승윤의 '본능적으로'와 같이 최대한 많은 대중들을 강력하게 흡입하고 또 각인시키는 힘이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슈퍼스타K 2>라는 대국민 오디션의 취지에 맞게, '슈퍼스타'라는 명칭에 가장 어울리는 1인을 꼽으라면 나 역시 주저하지 않고 존박을 꼽는다. 실제로 존박은 그러한 스타성이 가장 강력하게 농축되어있는 후보자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자질이나 끼라는 것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 보다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들면 그의 존재는 확실히 강력하다.

 

과연 마지막에 남는 단 한사람의 슈퍼스타는?

  
잔인하지만 최후의 1인은 단 한명이다. 시청자와 대중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 M.net
슈퍼스타K2

이처럼 22일 열릴 <슈퍼스타K 2>의 최종 승자의 향방은 이제 안개 속처럼 쉽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또한 한국 케이블 방송 역사상 유례없는 시청률을 매회 갱신하고 있는 방송의 인기만큼, 이러한 안개 속에서도 저마다 우승자를 예상해보고 또 얘기하는 것은 이제 음악을 좋아하는 대중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울러 최종승자의 행방을 결정짓는 그야말로 결정적인 '한방'은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과 이 글을 읽고 있는 대중들이 투표로 정해지는 것이니 만큼, 22일 그때까지는 이 두 사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그 이면에 숨어져있는 <슈퍼스타K 2>가 갖는 상업방송의 한계, CJ와 SM엔터테인먼트와의 권력다툼, 그로인해 현재 MBC가 추진 중인 또 하나의 오디션 프로그램, 그마저도 나눠먹어야만 하는 좁은 한국의 음악 시장, 그리고 그곳에 맨몸으로 던져질 출연자들, '슈퍼스타'라는 이름의 허상, 또 그로인해 무책임 해질 수밖에 없는 향후 방향에 대해 지적해야할 여러 외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지금은 말을 아껴두겠다.

그때까지는 허각과 존박, 존박과 허각이 가지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대해 집중하고 또 응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특히나 이들이 보여주는 그 순수한 도전과 그들이 가진 매력만큼은 그 어떤 껍데기가 씌워진다 하더라도 진실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