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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한 글/오마이뉴스

[주장] 서태지와 이지아, 그들의 사생활 보다 더 궁금한 것!


  
현재 법적 공방을 앞두고 있는 '서태지'
ⓒ 서태지컴퍼니
서태지

아마 재작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가 서태지의 정규 8집 <아토모스(Atomos)>가 막 발매되던 시점이었다. 이 음반은 앞서 발매된 싱글 두 장이 같이 묶여 있는 형식으로 발매됐는데, 그래서인지 팬들 사이에도 너무 상업적인 음반이라는 비난이 많았다. 그러나 서태지가 누구인가. 결국 한터기준 66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말 그대로 최악의 음반 침체기를 걷던 시기에 믿지 못할 기록을 세운다.

더군다나 서태지의 음악이 늘 그래왔듯, 음악성 역시 준수하여 당시 모 포털사이트에서 지정하는 '이 주의 국내음반'이라는 섹션을 통해 평가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음반으로 선정됐고, 그 리뷰를 공교롭게도 내가 맡게 되었다. 무척이나 설렜다. 어렸을 적 나의 영웅의 음반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리뷰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기 힘들었던 것이다. 

 

평가할 수 없는 절대적 위치의 서태지

  
그 어떤 루머나 이슈에도 그의 존재는 늘 컸다.
ⓒ 서태지컴퍼니
서태지

실제로 그의 새 음반에는 로맨틱한 멜로디를 아우르는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현악이 합쳐진 유기적인 이모코어 사운드가 배합된 만족할만한 소리들이 뭉쳐있었다. 특히나 김석중이 가세한 세밀한 일렉사운드와 드러머 양혜승의 쪼개지는 비트는 그의 7집과 비교되는 분명한 특이점이었으며, 그가 내세운 네이처 파운드(Nature Pound)라는 장르는 결국 '서태지'라는 아티스트가 추구한 완벽함을 넘어선 일종의 '진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울러 이는 과거 '혁신'을 추구하는 서태지의 음악과는 또 다른 변화였다. 그 스스로 만들어놓은 신비주의라는 마케팅영역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점과, 창조에 대한 강박이 결국 하이브리드라는 형식에만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건재했다. 한마디로 그는 세계를 움직이는 뛰어난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어도, 언제나 새로운 스타일을 고심하여 대중 앞에 화려하게 선보이는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 같았다.

그렇다. 실제로 그는 퇴보는커녕 결코 그 자리에 안주해서도 안 되는 아티스트였고, 그러한 위태한 상황에도 무사히 자신을 또 한 번 넘어서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 섹션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은 거의가 비난 일색이었다. 그것은 당연히도 서태지 음악에 대한 비난이 아니었다. 서태지의 음악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그의 음반에 10점 만점에 6.9점이라는 총점을 내린 다수의 선정위원들의 짧은 식견에 대한 비난이었다. 소위 말하는 한국의 평론가 집단의 수준은 고작 그것 밖에 안 되냐는 것이다. 98년 발매된 솔로 1집이 해외 음악평론사이트에 올라 뉴메틀 밴드들에게 호평을 받았다는 이야기나, 그의 7집이 가장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대중음악 사이트인 올뮤직(allmusic)에서 별 네 개로 평가됐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보였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서태지의 음악이 단순히 소리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된 것이 말이다. 평가할 수 없는 존재. 혹은 실력이 없다면 리뷰를 해서도 안 되는 음악. 한국에선 서태지의 음악이 그랬고, 그의 존재가 그러했다.

 

서태지와 이지아, 이들의 관계보다 더 궁금한 것은?

  
그가 대중에게 안긴 실망은, 결국 음악으로 보상되고 설득돼야 한다.
ⓒ 서태지컴퍼니
서태지

그런 그였기에 처음 배우 이지아와 난데없는 이혼설이 터졌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은 가히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처음에 인터넷을 통해 이 기사를 접하고는 난생 처음으로 이게 꿈인가 싶어 살짝 왼쪽 팔을 꼬집어보았을 정도다.

정말이다. 난 그 순간 이게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실제로 했다. 그리고 그의 팬들 역시 이번일로 적잖은 충격을 받아서인지 그의 공식 홈페이지는 몇 일간 접속이 불가했었고, 그의 커뮤니티에서는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 사생활파기나 원색적인 비난 글로 온종일 몸살을 앓았다. 미디어들은 앞 다투어 이들의 과거를 집요하게 파내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나는 마치 거대한 성이 저 끝에서 조금씩 찌직 거리면서 갈라진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연 서태지라는 아티스트는 이제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올까 하는 조금은 주제넘고도 또 솔직한 물음이었다. 이지아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 둘이 몇 년도에 만나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물음보다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던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변질하지 않을 것이란 독단에 가까운 믿음에 금이 갈 때, 서태지라는 존재와 그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음악은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래서 그들의 사생활 보다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 후에 나올 서태지 음악 그 자체다. 조금은 생뚱맞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궁금하고 또 기대가 되는 점은 이들의 법정공방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하는 것보다 후에 서태지의 음악은 어떻게 변화하여 대중을 설득시킬까 하는 것이다. 물론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의 지금 위치는 견고했던 과거에 비해 위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의 음악은 분명 소리로 남아있지만 서태지라는 아티스트는 단순히 소리로만 평가받는 존재는 아니었기에, 그가 당분간 대중을 기만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시대의 아이콘, 그의 음악적 여정

  
그는 이제 또 어떠한 음악적 행보를 걸을까. 그의 사생활보다 더 궁금한 물음이다.
ⓒ 서태지컴퍼니
서태지

실제로 그는 '아이콘'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아이콘은 시대가 탄생시킨다. 90년대 가요계의 아이콘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서태지의 시대였다.

따라서 그의 음악은 늘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슈는 일종의 현상이며, 판단과 진단은 후에 뒤따른다. 결국 시대가 서태지를 만들어냈지만, 시대는 서태지를 따라갔다. 실제로 그가 한국 가요계에서 탄생하면서, 가요계 전체가 질적으로 동반상승을 했는가는 하는 것은 지금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당시 한국 가요계의 산실인 동아기획이 문을 닫고, 가요계에서 흥행하던 장르의 다변화가 무너지게 된 원인에서 서태지는 분명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지점에서 서태지가 당시 느꼈을, 감당 못할 압박 역시도 예상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아직도 서태지가 당시 은퇴를 선언한 이유가 지금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지아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만 하는' 이슈에 대한 강박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이유이기도하다.

자. 그리고 알다시피 서태지의 여정은 새로운 전기를 맡게 됐다.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음악세계를 펼쳐보이던 서태지는 이제 다시 새로운 길을 보여줄 시기가 된 것이다.

이슈메이커로서의 자리에서 한동안 벗어나, 대중의 중심과는 조금 비켜서서 음악을 하던 그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다시 한 번 주목받을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과연 여기서 서태지의 음악은 또 어떻게 진보할 것인가. 그 여정에 있어 지금 벌어지는 지엽적인 문제들은 단순히 계기에 지나지 않으리라 믿는다. 어쨌거나 서태지는 또 다시 음악으로써 그의 팬들과 대중에게 소통을 이끌어낼 것이고, 이번 사건을 뛰어넘을 만한 물건을 들려줄 것임을 팬들도 여전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서태지는 그 어떤 상황에도 여전히 견고하게 자신을 지키리라 믿어본다. 그 어떤 것도 아닌, 그 언젠가 음악으로서 충분히 나를 설득시켜줄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호기심과 기다림은, 분명 그의 감춰진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출처 : 서태지와 이지아의 사생활보다 더 궁금한 것!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