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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한 글/오마이뉴스

[리뷰] <위탄> 김태원의 '외인구단'은 왜 죽지 않는가?




MBC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 지난 15일 생방송을 통해, 톱10의 도전자 중에 두 명의 탈락자를 발표하면서 프로그램의 관심과 열기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이 날 방송에서는 DJ 김기덕이 선정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 100곡' 중에 출연자가 한 곡을 선곡하여, 자기만의 색깔대로 해석해 부르는 것이 주제였다. 그 도전자 10명 가운데 신승훈의 멘티인 조형우와, 김윤아의 멘티인 백세은이 각각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10명의 숫자는 이제 8명이 되었다.

하지만 이 결과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것은, 정작 탈락한 이 두 명의 노래나 평가가 아니었다. 외려 김태원, 그리고 그의 '외인구단'이라 불리는 멘티 3명의 노래가 사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음악'이었다.



부활, 또 부활! 김태원과 '미라클 맨'



이태권, 백청강, 손진영. 이 세 명은 심사위원들에게 부정확한 발음, 거친 호흡, 불안한 고음 등등 방송이후 항상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음에도, 그것과는 반대로 생방송 서바이벌에는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팀으로 순항중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볼 때, 조금 오버하자면 이들은 현재 <위대한 탄생>의 주인공들이다.

그 주인공 세 명 가운데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결과를 낸 출연자는 알다시피 바로 손진영이다. 그는 <위대한 탄생>이 처음 생방송으로 진행됐던 8일 방송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전력이 있는 도전자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러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가볍게 무시하며, 그를 전체 2위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전력은 15일 방송에도 그대로 이어졌는데, 10명의 도전자 가운데 가장 첫 번째로 등장해 이은미로부터 '고음부분이 듣기가 괴로웠다'는 평가와, 방시혁으로부터 '언제쯤 노래는 비장함과 고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지 걱정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진영은 다시 보란 듯이 역전승을 일궈냈다. 김태원의 표현대로 가히 '미라클 맨'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날 '스틸하트(Steelheart)'의 곡인 '쉬즈 곤'(She's Gone)을 부른 손진영은, 심사위원들의 평가대로 자신의 최고의 노래를 불렀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무대를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고음이 몇 옥타브나 올라가느냐가 가창력의 절대적 기준이 되어버린 환경에서, 그토록 많은 이들이 부른 이 곡의 선곡은 말 그대로 잘해야 본전일지도 모르는 불리한 상황. 아울러 음악에 있어 훌륭한 감상법이란, 브라운관이 아닌 실제 공연을 통해 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좀 더 진실하다고 전제한다면 심사위원들이 내린 그에 대한 낮은 평가는 분명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심지어 본인도 자신의 부족한 무대를 잘 알고 있었는지 탈락자 발표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여러 번 잡혔기에, 많은 시청자들과 관객, 그리고 심사위원들도 당시 똑같이 이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 떨어졌구나!’.

그러나 결과는 당당히 통과. 최종 8명에 또 다시 살아남아, 그는 외인구단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드라마가 펼쳐진 것이다. 그것도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고 선호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위대한 탄생>이란 드라마, 시청자의 선택!

이는 결국 스타 오디션의 선택권이 대중들에게 넘어가면 그 결과는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토리 라인으로 흘러간다는 것과, 음악은 눈이나 귀가 아닌 가슴으로 흡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의 방증이다.

따라서 방시혁이 자신의 제자인 노지훈의 무대 다음에, 노지훈의 무대와 스타일이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게 너무 상업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에 대한 심사평에 대해 '가수는 많을 수 있지만 스타는 적다. 노지훈이 오늘 바로 스타다'라고 말한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방시혁은 그것을 '만들어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반박하기 위한 뉘앙스로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위대한 탄생>의 시청자들은 그래서 노지훈 보다는 김태원과 그의 외인구단에 주목한다.

이 세상에서 가수는 많지만 스타는 적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TV에서 만큼은 스타는 많지만 가수가 없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진 세련된 스타를,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만큼은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무대가 너무 흥에 겨워서 인지 박자가 안 맞다. 너무 욕심을 낸 나머지 고음에서 음이 이탈되더라. 평생 연습해 본적이 없어서인지 춤도 못 춘다. 관객이 가득 차 있는 무대가 긴장되고 흥분돼서 호흡이 거칠더라. 이러한 평가에 '스타'를 바라지 않는 시청자들은 그래서 바로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게 뭐 어때?’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은 유려하지만 드라마가 부족했던 백세은 대신에 고음에서 찢어지는 목소리를 냈지만 처절하게 힘을 짜내던 손진영을 선택하고, 4년간 영국에서 유학까지 다녀온 조형우 대신에 연변에서 넘어와 영어 발음을 뭉개던 백청강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 모든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중심은 역시 '음악'이다. 제 아무리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아름다운 각본의 드라마라 하더라도, 주인공의 연기가 발연기면 아무 의미가 없다. 현재 톱 8까지 올라온 상황이기에 도전자들 간의 음악적 역량의 폭은 상당히 좁혀들긴 했지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들이 무대에서 가지는 변수는 여전히 가득하다.

결국 시청자들의 표심은, 종국에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빛을 내는 실력을 가진 도전자에게 흐를 것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기에 도전자들의 음악을 향한 그 순수한 열정이 MBC 시청률 상승의 좋은 건수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 출연자들의 진짜 도전은 <위대한 탄생>이 끝난 다음에 정말 시작이라는 것도 시청자들이 잊어선 곤란하다. 화려하진 않아도 겉멋 들지 않은 열띤 이 음악 경연대회를 따뜻한 시선으로 봐줄 여유하나 가슴에 품은 채로, 말 그대로 가슴으로 즐기면서 말이다. 

출처 : <위탄> 김태원 '외인구단'이 죽지 않는 이유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