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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Eugen Jochum - [Mozart: Requiem K.626 (1956)]

[ Eugen Jochum ]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인 쾨헬번호 626번 레퀴엠을 내가 처음 들은 것은 중학교 시절에 봤던 영화 <아마데우스>에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당시에 나는 영화를 통해 이 레퀴엠이야 말로 모차르트 일생에 가장 진실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과 아울러, 그 음악에 붙어있는 어떤 사념때문에 허황된 망각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역시 죽음의 공포의 감정과 닮아있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그 후에도 ㅡ10대 때 때이른 감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ㅡ 가끔식 죽은 나 자신이 입관하는 상상에 시달리곤 했다. 그리고 그러한 악몽에서 잠을깨어, 거실로 나가 심야 뉴스를 보고 계시던 아버지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을때 '사람은 죽으면 영원한 꿈을꾼다' 라고 말해주었던 당시에 꽤나 낭만적인 이야기는 지금도 가끔 생각하고는 한다.

아무튼 그러한 강력한 임팩트 덕분에 이 모차르트 레퀴엠은 나에게 기실 음악적인 완성도를 따지는 이성적 감상보다는 언제나 가슴으로 느끼는 감성적 완성도로 이해 되어왔다. 그리고 어제 새벽 이 레퀴엠을 다시한번 들으면서 느꼈던 묘한 감상은, 과거 어렸을때 느꼈던 강력한 공포의 이입에서 공포의 공감 정도로 격하되긴 했지만 그 본질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그것은 바로 '공포'다.

베르디와 포레의 레퀴엠의 경우, 주지하다시피 그것은 타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느껴지는 반면에 ㅡ베르디의 경우는 조금 노골적으로ㅡ,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느낌이다. 모차르트가 직접 작곡했다던 초기 도입부에서 라크리모사 8마디 까지의 곡의 전개는 정말이지 확실히 그렇다.
그곳에서 모차르트는 평안보다는 두려움을, 애도보다는 구원의 곡을 전개 시키고 있는데, 모차르트 자신도 이 곡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라고 말했다던 기록이나 그 자신도 마지막까지 죽음의 망상에 휘둘리며 작곡했다는 이야기가 있는것을 보면 이러한 나의 감상은 영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곡에 대한 비화는 여기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만큼 많지만, 가장 흥미가 동하는 부분은 역시 살리에리의 독살설과 맞물린 대필설, 작품 미완성 부분에 대한 논쟁이다. 전자는 우리가 모두 아다시피 영화적 허구였고 ㅡ물론 쥐스마이어가 과거에 살리에리의 제자였다는 점을 들먹이면 관계시키지 못할 것도 없지만, 당시 빈에 음악가들 중에 살리에리에게 잠시나마 사사받지 않았던 음악가가 없지 않았느냐를 상기하면 신빙성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ㅡ 후자는 쥐스마이어의 레퀴엠과 그전에 모차르트와의 레퀴엠의 음악적 비교대상으로 자주 언급된다는 측면에서 논의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사실 나는 그전에 모차르트 레퀴엠을 감상할때 모차르트의 입김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라크리모사 까지의 레퀴엠과 후에 룩스 에테르나 까지의 구분을 했던것 같다. 그리고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두가지의 음악은 분명 차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에 그러한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심지어는 그러한 사고방식의 개선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 쪽이다. 심지어 글을 쓰는 지금도 말이다.

그 이유는 앞서 여러번 언급 했듯이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미사곡이면서도 미사곡이 아닌 기묘한 위치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상식적인 음악은 어디까지나 모차르트 자신의 내부에서 흘러나올때만이 그 느낌이 더욱 확연해지고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편협한 사고방식이라고 질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내가 들은 도이치 그라모폰 92년 발매 앨범. <Requiem en re mineur K.626, Messe en Ut mineur K.427>의 2cd앨범에 대미사를 같이 듣다가 드는 의문인 모차르트가 과연 진지한 미사곡을 쓸 수 있는 사람이었을까 라는 점은 앞선 나의 생각을 더욱 굳건하게 해준다. 그런걸 보면 모차르트는 신을 어디까지나 내부의 두었지, 외부에 둔 사람은 아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며, 이러한 인식의 사람이 쓰는 미사곡은 결코 타인이 대신 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Eugen Jochum, Orchestre Symphonique de Vienne - 1956, Hambu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