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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Goodbye Aluminium (2008)]

[ Goodbye Aluminium ]

위대한 루저 뮤지션, 무겁고 안예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에 대해서 가타부타 첨언하지는 않겠다.
예전엔 포스팅 할때, 친절하게 프로필도 적고 모 그런것 같긴 한데.. 그런데 음악과 같은 '문화'가 언제나 그렇듯 백날 설명해 봤자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죽어도 모르더라. 



요번에 3집 나왔다. 타이틀은 <Goodbye Aluminium>

1집 <Infield Fiy>에서 부터 2집 <Scoring Position>까지 언제나 야구용어를 앨범 타이틀을 정하던 달빛요정은, 이번 앨범에서는 야구 용어라고 말하기엔 약간 애매한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 원년부터 그의 음악을 주시했던 나로서는 언젠가 그가 Texas hit에 이어 <Grand Slam>같은 위대한 승리의 타이틀을 가진 앨범을 낼것이라 기대했지만, 어찌된게 뜻대로 안풀리는 듯 하다. 그리고 순수한 아마추어리즘과는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는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들고 온 것이다.

1년에 1200만원. 일주일에 한번 고기반찬. 그는 음악으로 1년에 1200만원만 벌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 가사를 제대로 들어보면 ─그가 노래를 부를때 들리는 정확한 발음과 상쾌한 목소리는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라이브 공연때의 입담과 멘트는 그것과는 완전히 반대다─ 과거 꽤나 화려하게 등장했던 그의 인기는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듯 가사에는 비참함 만이 오롯이 남아있다. 2003년 화려한 데뷔이래 발매한 3번째 앨범 굿바이 알루미늄을 통해 그는 돈 때문에 기타를 팔았고 먹고살기 위해 주공 1단지에서 치킨배달을 하고 있으며, 도토리 말고 고기 반찬을 달라고 울부짖는다. 예전에 우주를 꿈꾸던 아이는 신용불량자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며 과거 20살에 나에게는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결국 이것 저것 다 때려치고 어디짱박혀서 칩거하고 싶다고도 한다.

사실 사내새끼가 죽는소리 하는 것만큼 듣기 싫은 소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의 음악을 찾는 이유는 나는 괜찮아 라는 식의 상대적 우월감 때문도 아니고, 그와 함께 패배자의 마인드를 공유하며 위로받고자 하는 동질감 때문도 전부가 아니다. 첫째는 인디씬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그의 '음악적 능력'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확실히 그의 음악은 그가 지향하는 뚜렷한 음악적 노선(?)때문에 평가절하된 측면이 상당히 강하다─ 두번째는 '현실'이란 벽에 무너질듯 비틀거리는 한 뮤지션의 일기장을 뒤척이며 그런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건 결국 그의 음악에 귀기울여 주는 일이 아닐까 하는 착한척 하려는 나의 이기심이 조금 붙어있기 때문인 듯도 하다. 하지만 내가 그의 음악을 들을때마다 느끼는 만족감은 여타에 앨범과 비교했을때 전혀 부족함이 없기에 사실 그건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지만..

굿바이 알루미늄.. 요정은 간다.. 이제 요정은 없다..

서두에도 언급했고 지금 글을 쓰는 순간 느끼는 거지만 정말 무서운 타이틀이고 가사다.. 아.. 어쩌면 달빛요정의 진짜 음악은 이 앨범에서 끝일지도 모르겠구나 라고 생각하니 저 깊은 곳에서 온몸이 떨려온다. 그건 진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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