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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2NE1 - [To Anyone (2010)]


국내 가요계에서도 어느 순간 대세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되어 버렸다. 하위 장르가 워낙 다양하기에 각각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댄스'와 '발라드'로 양분되어 있는 국내 대중들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댄스음악의 형식을 구축하기에 적당한 판로는 이미 이쪽이라는 것이 실제로 증명된 듯하다.

물론 어느새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휘성의 싱글 <리얼 슬로우 이즈 백(Realslow Is Back)>, 슈거팝 '그대'라는 곡을 들고 온 '브라운 아이드 소울', 9월말 정식 4집 음반 발매이전 선 공개된 이적의 '빨래'와 같이 감성을 자극하는 음원들이 최근 차트를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긴 하지만, 한동안 이 오토튠과 같은 일렉 댄스 음악이 연일 국내가요시장을 휘젓고 다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녀들의 첫 정규 1집 <투 애니원(To Anyone)>

  
2NE1의 정규 1집 [To Anyone]
ⓒ YG엔터테인먼트
2NE1

그러한 과정 안에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반이라면 '포미닛'의 미니음반인 <힛 유어 하트(Hit Your Heart)>, 얼마 전 복귀를 완료한 세븐의 <디지털 바운스(Digital Bounce)>나 '브아걸' 나르샤의 디지털 싱글인 <맘마미아>등이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사실 오늘 리뷰할 이들이야말로 이러한 사운드의 첨단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며 제일 기대한 그룹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돌 여자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인 댄스팝을 거부하고 '빅뱅'과의 콜라보를 통해 발표한 첫 디지털 싱글 '롤리팝', 아울러 그 뒤를 잇는 'Fire'와 같이 강력한 데뷔곡으로 등장부터 전문가들에게서 호평을 받은 걸 그룹.

또한 최근 새로운 정규 1집을 내놓자마자 연일 음원차트 상위권 모두를 쓸고 있는 걸 그룹. 그녀들이 바로 오늘 리뷰할 YG의 '투애니원(2NE1)'이다.

 

  
지난 9월 9일 정규 1집 <투 애니원(To Anyone)>을 발표한 '2NE1'
ⓒ YG엔터테인먼트
2NE1

그런 의미에서 이들이 지난 9월 9일에 발매한 첫 정규 1집인 <투 애니원(To Anyone)>은 이제껏 국내 걸 그룹들이 진행하던 스타일과는 조금 더 궤를 달리한다. 첫 트랙인 'Can't Nobody'부터 YG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작곡가이자 이 음반의 메인 프로듀서인 테디나 이낙, 초이스37, 빅톤, PK 등이 해외의 최신 음악 트렌드를 얼마나 민감하게 읽고 있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이번 그녀들의 정규 1집 <투 애니원>은, 이전에 우리가 들어왔던 음악들처럼 국내 가요의 성격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음반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음반이 완전히 실험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음반인가 하면, 그 또한 아니다.

이번 2NE1의 정규 1집은 외려 그 가운데를 뚫으며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음악을 추구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음반이다. 따라서 문제는 이러한 사운드가 가지는 양면의 모습이다. 둘 다를 만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둘 다를 실망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그리고 YG의 이러한 일종의 '실험'은 그 이전에 세븐의 <디지털 바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과연 투애니원의 정규 1집 <투 애니원>은 이러한 융화와 실험에 얼마나 성공했을까.

 

YG사단이 기획한 그녀들의 사운드

  
그녀들이 발표한 이번 정규 1집은, YG사단의 새로운 사운드를 구축할 프로듀서들의 역량을 체크하는 것도 가능한 음반이다.
ⓒ YG엔터테인먼트
2NE1

해외의 유명 연예 블로그인 '페레즈 힐튼 닷컴'이 이 음반에 실린 타이틀곡인 '박수쳐'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며 'K-POP 팬들의 취향에 비해 너무 어반(urban)한 느낌이 강하다'는 평을 내린 것은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트렌드를 유지하되 멤버들의 캐릭터를 조화시켜야 하며, 또한 가요를 배제한 너무 진보적인 사운드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 말은 쉽지만 이 모든 것은 단숨에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닐 것이기에 투애니원에 이번 정규 1집은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음반의 타이틀곡인 '박수쳐'는, 이 음반에서 그러한 고민이 가장 잘 반영되어 탄생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당히 잘 만들어진 곡이다.

이렇듯 이번 <투 애니원> 음반의 전체적인 구성은, 그녀들의 정체성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힙합'위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절하게 얹어 조화를 꾀하는 음악들이다. 그 과정에서 음반의 첫 트랙부터 루스코(Rusko)와 함께한 키드 시스터(Kid Sister)의 음악이 연상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투애니원은 그보다는 아기자기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물론 그 '아기자기함'이 오토튠으로 점철되어 있는 그녀들의 목소리 덕분이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하겠지만, 그 못지않게 음반에 다섯 번째로 실린 곡인 '아파(Slow)'나 여섯 번째로 실린 '사랑은 아야야'에서 확인 할 수 있는 그녀들의 괜찮은 가창력도 잊어선 곤란하다.

 

'실험적 시도', '안정된 선택' 그리고 '가능성'

  
그녀들의 이번 음반은 '실험적인 구성'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에 가깝다.
ⓒ YG엔터테인먼트
2NE1

그러나 최근 이쪽 씬에서 상당히 각광받고 있는 산티골드(Santigold)에 비하면 확실히 실험적인 임팩트는 약하며, 노선이 다르긴 하지만 과거 T.L.C를 대입하면 듣는 이를 끈적이며 흡수하는 힘도 약하다. 거기다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 릴마마(Lil mama)에 비하자면 힙합이 주는 비트의 강력함과 그루브, 그리고 일렉과의 융합 부분에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아닌게 아니라, 오토튠을 사용한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과 티-페인(T-Pain)이 피처링하여 완성된 릴마마의 곡을 한번 감상해보라.

한마디로 투애니원, 이들의 새로운 정규 1집에 실린 사운드는 실험적이기보다는 음반 전체적으로 보자면 사실 국내팬들과 해외 K-POP팬들을 배신하지 않는 소리의 범주를 지키는 음반이다. 특히 타이틀 곡 '박수쳐' 다음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 다음 타이틀로 예정된 'Go Away'를 듣다보면 투애니원이 이번 음반에서 지키고 있는 음악적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가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역시 듣는 이의 몫이다.

물론 그녀들이 스타일부터 차이가 나는 해외의 뮤지션들과 비교당할 필요도 이유도 없을지 모른다. 여기서 억지로 그녀들에게 M.I.A와 같은 사운드를 들이대거나 테디에게 미국의 DJ 이자 프로듀서인 디플로(Diplo)의 역량을 끼워 맞추는 것 자체도 사실 에러다.

 

  
그녀들이 이번에 발매한 음반은 겨우 '1집'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들은 과연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를 상상하는 것은 음악팬으로서 매우 행복한 일이다.
ⓒ YG엔터테인먼트
2NE1

하지만 많은 투애니원들의 팬들이 그녀들의 음악에 품었던 기대는 국내 가요의 수준을 뛰어넘는, 혹은 해외의 그것과 상당히 근접한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들은 분명히 그 이상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멤버들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힙합이나 알앤비가 일렉 사운드와 서로 '융화'된 수준 높은 소리들을 YG 그들에게 기대했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나는 음악을 감상하는데 별로 쓸데없는 소모적인 비교로 이 지면을 채우고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투애니원은 이제껏 우리가 봐왔던 국내 걸 그룹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진실이다.

그리고 최근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블랙 아이드피스(Black Eyed Peas)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윌아이엠(Will.i.am)과의 전면적인 공동 작업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숨죽이는 이유도, 바로 그녀들이 들려줄 수 있는 이러한 가능성을 나는 진심으로 믿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그녀들이 이번에 발매한 음반은 겨우 '1집'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들은 과연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를 상상하는 것은, 역시 한 사람의 음악팬으로서 매우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디 그녀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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