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TOP - [GD&TOP (2010)]

이제 YG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빅뱅'의 멤버인 GD와 TOP 함께한 유닛의 첫 음반 <지디앤탑(GD&TOP)>. 이 음반은 그들의 존재감이 YG에게나 대중에게나 허상이 아님을 증명한다.

흔히 말하는 블랙뮤직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느 기획사보다 최신의 트렌드를 가장 세련되게 들려주는 그들의 음악성은 이번음반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음악적 최신 트렌드의 수용과 결합, 그 재빠르고 발 빠른 움직임이다. 다시 말해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이 미국의 '누구와 닮아있다'라거나 '누구와 비교된다'라는 평가나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이들은 벌써 그들과 접촉해있는 것이다. 여기서 '접촉'이란 표현은 상투적인 비유가 아닌, 실질적인 콜라보, 협력을 말해도 무리가 없다.

 

'첨단'의 수용, 그리고 '협력'

▲ 이들의 음악이 본토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 YG엔터테인먼트 GD&TOP

아닌 게 아니라 '지드래곤'의 첫 솔로 음반인 <하트 브레이커(Heartbreaker)>의 몇몇 음악이 플로라이다(Flo-Rida)의 곡을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가요계를 들썩이게 한 기억이나, 개인적으로도 얼마 전 '2NE1'의 첫 정규음반이 발매되었을 때 (이 지면을 통해 쓰기도 했지만) 미국의 DJ인 디플로(Diplo)와 YG의 실질적인 브레인인 '테디'와의 역량을 간접적으로 비교했던 기억도 떠올려본다. 아울러 2NE1 '산다라박'의 솔로곡과 션 킹스턴(Sean Kingston)과의 유사성과 관련한 얘기나 '쓰리식스마피아(Three 6 Mafia)'의 'Feel It (Int`l Bundle)'과 이번 <지디앤탑(GD&TOP)>의 'High High'란 곡의 스타일의 교집합은 특별히 음악적 상식이 없어도 한번쯤 떠오르는 생각 아닌가.

물론 백퍼센트 좋은 의도에서만 나온 건 아니라 YG쪽에서는 언짢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생각과 의견은 바꿔 생각해보면 이들의 음악이 본토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것에 방증이기도 하며, YG에 속한 프로듀서들과 작곡가들이 지향하는 음악적 스타일이 '가요'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생각해보건 데 이들과 라이벌 구조를 이루는 SM엔터테인먼트나 JYP 소속의 가수들이 음반을 발표했을 때, 이런 음악적 스타일에 대한 비평이나 평가가 대중들 사이에서 오갔던가를 생각하면 YG가 가지는 위상은 분명 특별하다.

 

▲ 그들의 음악적 트렌드는 분명 최신의 것이다. 문제는 '쫓아가기'를 '넘어서기'로 바꾸는 일이다. ⓒ YG엔터테인먼트 GD&TOP

그리고 여기서 새롭게 떠오르는 핵심은 앞서 얘기한 '쫓아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물론 미국 뉴욕의 '인터폴(Interpol)'이 그토록 칭송받았던 것은 영국 맨체스터의 '조이디비전(Joy Division)'의 영광덕분이요, 마셜리스(Marsalis) 일파가 그토록 오랫동안 미국의 재즈씬을 지배했던 것은 선배들이 일궈낸 모던(modern)의 역사 덕분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들려주지 못한다면 결국 그 틀 안에서 가라앉기밖에 더하겠나. 결국 인터폴이 1집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긋고 있는 것이나, 마셜리스의 재즈는 다양한 결합과 편성으로 무장한 포스트 밥(Post-Bop) 혹은 모던 크리에이티브(Modern Creative)에게 퇴물 취급받는 것도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 됐다.  

거기다 YG가 쫓아가는 트렌드의 본질이란 결국 상업적이고도 감각적인 겉모습의 트렌드며, 결코 본토를 넘을 수 없는 '따라 하기'에 국한된다는 위험성을 분명 가진다. 눈 돌아가게 빨리 움직이는 최신 음악시장 수요의 변화는, 과거의 영광을 이어받니, 누구의 재림이니 자시고 하기 전에 돌아보면 예전 거다.  

거기에 대한 YG의 돌파구는 굉장히 공격적이다. 아예 플로라이다가 지드래곤의 곡에 피처링을 한다거나 이번 <지디앤탑(GD&TOP)>에서는 '뻑이 가요'란 곡을 통해 디플로를 그냥 실어버린다. 또한 '10아시아' 인터뷰를 읽어보니 '쓰리식스마피아(Three 6 Mafia)'의 'Feel It (Int`l Bundle)'에서 실질적인 사운드를 이끈 DJ이자 프로그레스 트랜스의 본좌 티에스토(DJ Tiesto)와의 접촉도 있었단다. 이쯤 되면 이들의 트렌드 쫓기는 먼 훗날 그 언젠가 모방의 모습을 벗고 본토를 넘어서는 첫 걸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막 쿵쾅거리게 된다. 내가 늙어죽기 전에 그렇게만 된다면 진짜 좀 짱이라고 생각한다.

 

'뛰어넘기'의 가능성 <지디앤탑(GD&TOP)> 

▲ 'GD&TOP'의 정규 음반 [GD&TOP] ⓒ YG엔터테인먼트 GD&TOP

이제 음반 얘기로 돌아오면 <지디앤탑(GD&TOP)>은 그런 기대를 증대시키는 음반이다.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니카, 하우스 클럽튠과 결합된 랩을 기본으로 하긴 하는데, 사실 그렇게만 얘기하기엔 좀 다양하게 담겨있는 음반이다.

아무래도 기존 팬덤을 유지시켜야 하는 일종의 부담이나 개인이 작업한 곡들을 유닛 활동김에 우겨넣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덕분에 약간 번잡한 기분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평가는 사실 나의 개인적인 무지어린 욕심 때문이기도 한데, 정규음반이 발매되기 이전 들었던 'High High'에 임팩트와 글로벌 게더링(Global Gathering)에서 환하게 웃던 권지용군(24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번 음반 전체가 실험적인 사운드가 뒤덮인 일렉 명반이 나오지 않을까하며 심히 기대했던 1인이라 그랬던 것이라 이글을 읽으시는 팬 분들은 널리 이해해 주시라.

어쨌거나 <지디앤탑(GD&TOP)> 1번 트랙인 'Intro'에서 6번 트랙인 '뻑이 가요'까지 일정한 이야기의 흐름으로 스타일과 장르의 나열은 하나로 합쳐지며 번잡함은 상쇄되는 편이다. 특히 테디가 참여한 곡들은 흔히 말하는 허세가 빠지고 세련됨과 대중성이 적절하게 유지되는 곡들이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그래서 테디가 참여한 곡(과거의 YG에 대한 향수가 묻어나는 사운드이자 TOP싱글에 실린 'Turn It Up'까지 포함해서)과 GD와 TOP이 각자 작업한 곡사이에 편차는 좀 심하다. 그게 YG의 큰형님이자 지주이신, 양현석이 말한 '인기 팀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웬만하면 음반 끝까지 멱살 잡고 싸우더라도 같이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우긴 힘들다.

 

▲ GD와 TOP 그리고 테디가 다 같이 합쳐질 때의 시너지는 꽤 강력하다. ⓒ YG엔터테인먼트 GD&TOP

 

아무튼 딱 잘라서 말하자면 GD, TOP, 테디가 다 같이 참여한 곡들이 이 음반의 백미며, 디플로가 참여한 힙합 '뻑이 가요'와 같은 가장 진한 튠도 굉장히 훌륭하다 정도로 평가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뻑이 가요'가 지상파 3사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데 나 역시 심히 불만을 표하는 바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 변경은 없다'라 말하는 YG의 근성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기도 하고)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한동안 국내에 테크노 광풍이 분 적이 있었다. 너도나도 클럽에서 트리플식스의 'Amokk'에 맞춰 '아~~뭐?!!'를 외치며 도리도리 고개만 냅다 젖히는 게 최신 트렌드였던 추억을 떠올리면, 'High High' 가사에 실린대로 게토테크(Ghetto Tech) 정도까지 수용 가능한 아이돌인 이들의 존재는 무척 소중하다.

물론 그것에 기계적 편곡이든 혹은 극적인 구성을 통해 무언가 '새롭게 하기'가 첨가된다면 흔히 말하는 명반이 되기도 하고 본토를 공격하는 음반이 되기도 하겠지만, 우선 <지디앤탑(GD&TOP)>을 통해 YG의 역량의 건재함, 해외 뮤지션과의 협연이나 YG가 뭉쳤을 때 나타날 파괴력을 이번 음반에서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번 음반 덕분에 '빅뱅'전체의 다음 음반이 무지 기대되기도 하고 말이다.

출처 : GD&TOP, 말 그대로 '뻑이 간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