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고한 글/오마이뉴스

[종합] 힙합 전성기 오나... 올해의 음반 <가리온2>


한국의 그래미시상식을 표방하며, 오로지 '음악'만을 고려하여 시상하는 제 8회 한국대중음악상이 지난 23일에 올림픽공연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렸다. 시상에 있어 "장르 부분"의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예상된 음반과 노래들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지만, 모든 장르가 통합하여 경쟁하는 "종합 분야"에서는 이변이라 할 만한 수상도 이어졌다.



[종합부분 -올해의 음반]
가리온의 2집 <가리온 2>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가리온'의 "올해의 음반상" 수상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이 8회까지 이어오며 이 부분에 '힙합'음반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7회에서 이 부분을 수상했던 '서울전자 음악단'이나, 재작년인 6회 때 '언니네 이발관'이 수상한 전례를 생각하면, 최다후보에 올랐던 '브로콜리 너마저'나 '9와 숫자들'이 수상하지 않을까했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그동안 주로 대중적인 팝이나 모던 록 성향의 음반이 차지하던 한국대중음악상의 최고 하이라이트 올해의 음반상. 8회에서 그 영광은 '왕의 귀환'이라 일컬어지며 멤버들의 오랜 고생 끝에 발표된 가리온의 2집 <가리온 2>차지하게 되면서, 한국대중음악상이나 한국의 힙합 신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종합부분 -올해의 노래] 뜨거운 감자의 '고백'


"올해의 노래" 부분에서의 선정위의 선택은 노래가 가지는 대중성을 무시하지 않았다. 재작년 '소녀시대'의 '지(Gee)'가 차지했던 이 부분의 수상자는 김C와 고범준으로 구성된 ‘뜨거운 감자’가 작년에 I.S.T(Imaginary Sound Track)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만든 음반 <시소>에 실린 '고백'이 차지했다.

작년 한해 각종 음원차트와 방송차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이 곡은, 음반자체의 완성도는 이견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고백'이라는 노래가 가지는 파괴력만큼은 모두가 인정했다는 것의 방증이 아닐까. 이로써 뜨거운 감자는 종합분야에선 단 한 부분에서만 후보로 올랐지만, 작년 한국대중음악에 최고의 노래에게만 수여하는 본상을 수상하며 그야말로 알짜배기 성과를 올렸다.





[종합부분 -올해의 음악인] 갤럭시 익스프레스
 


"올해의 음악인" 분야에서는 역시나 구력과 내공을 겸비한 '슈퍼세션'의 멤버(엄인호, 최이철, 주찬권)의 수상을 점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들이 시상식 초반에 일찌감치 "특별상"을 먼저 수상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예측은 뿌옇게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선정위에 선택은 2008년 데뷔음반이후 작년에 두 번째 음반인 <와일드 데이즈(Wild Days)>를 발표했던 '갤럭시 익스프레스'였다. 이른바 '탈진 로큰롤'이라 불리며 강력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이들 밴드의 2집 <와일드 데이즈>는, '루비살롱'을 벗어나 자신들만의 독립 레이블을 구축하고 단 30일 만에 음반을 만든다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완성됐다. 거기다 MP3플레이어 두 대로 녹음됐다는 이들의 음반은, 말 그대로 그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과 아울러 원초적인 사운드 안에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이룩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작년 한국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선정됐다.





[종합부분 -올해의 신인]
게이트 플라워즈
 


가장 결과를 알 수 없었던 올해의 신인 부분. 요즘 가장 핫한 인디밴드인 '10센치', 묵직하고도 거친 그런지와 하드록의 '게이트 플라워즈', 여자 알앤비의 신성 '보니', 부드럽고 진솔한 감성의 '옥상달빛', 일렉트로 개러지 '칵스', 뉴웨이브의 부활 'TV옐로우'에 이르기까지 그 누가 받더라도 이견을 달 수 없을 만큼 쟁쟁한 후보군들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수상의 영광은 결국 게이트 플라워즈에게 돌아가며, 작년 한해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선정되었다. 이를 비춰볼 때 올해의 수상경향은 결합이나 음악적 트렌드를 따라가는 음반보다는, 우직하게 자신들의 장르를 지켜가는 뮤지션들에게 좀 더 힘이 실렸다고 평가된다.





개념 아이돌 '미쓰에이', '2NE1'은 불참


"장르분야"에서는 대체적으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상이 이뤄졌다. 우선 '모던 록' 분야에서는 '9와 숫자들'과 '브로콜리 너마저'가 각각 음반 부분과 노래부분을 수상했다. '9와 숫자들'의 음반 <9와 숫자들>은 최우수 음반에, '브로콜리 너마저'의 2집 음반 <졸업>에 실린 '졸업'은 최우수 노래로 뽑혔다.

'록' 부문에서는 헤비메탈의 자존심 '크래쉬'의 7년만의 신보 <더 파라곤 오브 애니멀스(The Paragon of Animals)>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우수 록 음반에, 노래 부분에선 올해의 신인에 빛나는 게이트 플라워즈의 EP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에 실린 '예비역'이라는 곡이 차지했다.

'랩&힙합' 분야에서는 예상대로 가리온의 2집이 음반과 노래 모두 수상했다. 더 콰이엇이나 펜토와 같은 다양한 소리를 끌어낸 힙합음반도 후보에 올랐지만, 강력한 가리온의 힘에 밀려 수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아울러 가리온은 이로써 올해 대중음악상 3관왕을 달성했다.



'2NE1', '에프엑스', '미쓰에이'와 같은 걸 그룹이 다소 후보에 포진되어 있었던 '댄스&일렉트로닉' 분야에서는, 2NE1의 정규 1집인 <투 애니원(To Anyone)>이 최우수 음반부분, 작년한해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었던 미쓰에이의 '배드 걸 굿 걸'은 최우수 노래부분에 선정됐다. 미쓰에이의 경우 늦게나마 시상식에 나타나 시상자로 나섰던 버벌진트에게 직접 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며 흔히 말하는 '개념돌'의 모습을 보였으나, 2NE1은 끝내 불참했다.

'팝' 부분에선 루시드 폴, 김윤아, 김동률과 이상순이 함께한 '베란다 프로젝트', '노리플라이’, '옥상달빛'등과 같이 유난히도 대중과 평단의 평이 모두 훌륭했던 음반과 노래들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조규찬의 9집 <조규찬 9>가 음반분야에서, 얼마 전 정규 1집을 발표한 10센치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라는 곡이 노래부분을 각각 수상했다.

'알앤비&소울' 부문에서도 예상대로 진보와 디즈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나눠가졌다. 특히 노래 부분에서 '빅뱅'의 태양의 '아이 니드 어 걸'이 의외의 복병이 아닐까 예상했지만, 음반 부분에선 진보의 <애프터 워크(Afterworks)>가, 노래 부분에선 현재 군 복무중인 디즈의 1집 음반 <겟 리얼(Get Real)>에 담긴 '슈거'라는 곡이 차지했다.

'재즈&크로스오버'에서도 대부분의 예상대로 수상됐다. 작년 재즈음반으로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나윤선의 <세임 걸(Same Girl)>이 음반부분, '이판근 프로젝트'의 음반 <어 랩소디 인 콜드 에이지(A Rhapsody in Cold Age)>가 연주부분, '라벤타나'의 2집 <노스텔지어 앤 더 델리케이트 우먼(Nostalgia and the Delicate Woman)>이 크로스오버 음반부분을 수상했다. 또한 '최우수 영화 TV 음반 부분'에서는 대한민국 재즈 1세대의 모습을 담은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가 수상하며 한층 깊어지는 '재즈'라는 장르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한국의 '그래미'를 꿈꾸며


올해 방송인 김제동의 재치로 한층 더 즐겁게 진행되었던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은, 그래도 여전히 시상식이 가지는 권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띄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시상식 전체의 진행에 있어 좀 더 철저한 준비나, 관객들을 끌어당길 무대 장치와 특화된 공연무대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다. 특히 시상식을 지켜본 누리꾼들이 지적한 음향문제 역시도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대중의 인기와 판매량에 휘둘리는 천편일률적인 대중음악 시상식을 벗어나, 오로지 '소리'에 집중하는 시상식은 이 한국대중음악상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이들이 가지는 가치는 여전히 크다. 인디와 메이저를 구분 짓지 않고, 한국대중음악상이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발전하길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출처 : 힙합 전성기 오나... 올해의 음반 <가리온2>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