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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에세이

Alexander von Schlippenbach - [Schlippenbach Plays Monk (1997)]

[  Alexander von Schlippenbach ]



몽크
의 피아노는 참으로 특별하다.

사실 마일즈 데이비스와의 묘한 라이벌적인 구도는 차치 하고서라도, 그의 음악은 정말 마일즈와는 조금은 다른의미로 '언제나 앞서있다' 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차이점이 있다면 마일즈 데이비스는 '결합'을 통한 진보를 말하고, 몽크는 그야말로 외골수로 무언가를 헤쳐나가며 뚫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친구와 함께가는 걸음은 느리지만 길게 가고, 혼자서 가는 걸음은 빠르지만 거리는 짧다. 난 이 두사람의 차이를 대략 이런 정도로 이해한다.

머, 내가 여기서 하려는 얘기는 몽크의 음악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그가 남겨놓은 그의 작품에 대한 여러 후배들의 연주에 대한 이야기다. 몽크의 피아노는 그의 빠른 걸음만큼이나 그 활약하던 당시 보다는, 후대에 뮤지션들에게 더 크게 어필되었으리라 하는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밥과 모던. 그리고 포스트 모던에 이르기까지 그의 획기적인 곡의 진행방법과 연주법은 정말 다양한 차용방법을 제시했으며, 그 다양성 만큼이나 많은 그의 작품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지금도 꾸준히 재해석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얼마전 애프터 아워즈에서 중고로 아주 적절한 가격으로 구입했던, 알렉산더 폰 슐리펜바흐의 97년작 <Schlippenbach Plays Monk>같은 경우, 나에게는 '모던'의 범주를 넘어선 경계에 서 있는 피아니스트의 농익은 관록이 몽크와 만났을때, 어떠한 접근으로 결과가 도출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슐리펜바흐의 경우 처음에 알게된 계기는 역시 글로브 유니티 오케스트라의 해외오더와 아키 타카세를 통해서였고 ㅡ말하자면 역순ㅡ, 그의 리더작으로는 2004년 <Vesuvius>를 가장 먼저 접해서 인지 나에겐 꽤 난해한 피아니스트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Schlippenbach Plays Monk>같은 경우 그의 트리오 구성으로 몽크의 음악성을 상당히 충실히 따른다는 느낌이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모던의 느낌을 온전히 받을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맞닿아 있다. 난 가끔 그런의미에서 그와 종종 비교대상에 오르는 미샤 멩겔베르그의 트리오 구성으로 제작된 <No Idea>와 비교하면서 듣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꽤나 재미있는 경험도 맞볼 수 있다. 물론 선곡 콘셉트 자체가 차이가 있으니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듣다보면 이 두사람이 가지는 재즈 피아노의 다변적인 접근법에 감탄하고 말아버린다. ㅡ참고로 올뮤직에서 확인해보니 슐리펜바흐는 그 후에 <Monk's Casino>를 발매한 모양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들어보진 못했음..ㅡ

아무튼 이런 걸 보면 아마 몽크를 연주하는 동안 슐리펜바흐도 꽤나 즐거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음반을 듣다보면, 그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말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