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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프레드 허쉬 그리고 잡담

1.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바뀌어도, 장소가 달라져도

어쨌거나 재즈는, 음악은 내 곁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2. 하지만 듣는 매체는 조금씩 바뀌었다.

파일로, 씨디로, 엘피로, 유튜브로, 인터넷 라디오로.

데스크탑의 스피커로, 플레이어로, 핸드폰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로, 냉장고 앞 모니터로.

 

3. 난 여전히 이들을 사랑한다.

진열장에 전시된 음반과, 서재에 있는 엘피를 꺼낼때면 아련한 사랑의 기억이 밀려온다.

하지만 귀를 열고 음악을 듣는 기회는 자꾸만 사라져간다.

잠결에. 운전 중에. 식사를 하면서. 글을 쓰면서. 일을 하면서.

그렇게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것이다.

 

4. 그것으로 좋다.

난 그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끔씩 밀려오는 추억은, 기억은. 분명 이런 식은 아니었다.

 

5. 그럴때 엘피를 듣는다.

뒤에 적힌 음반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지직거리는 노이즈를 들으며.

 

6. 그렇게 음악을 즐기면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흐른다. 

나도 음악도, 재즈도. 너무 빨리 흐른다. 

붙잡지 못해. 가두지 못해서 멍멍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앞에 숫자는 정신없이 변해져 있다.

 

7. 다들 잘 지내시는지.

다들 건강하신지.

 

8. 그렇게 프레드 허쉬는 이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이 말을 누구에게 할 수 있을런지. 그리고 누가 이해해줄런지.

쓸쓸하고도 따뜻한 밤이다.

 

https://youtu.be/RvLG-1pyi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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