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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SMP' 독특한 음악장르가 하나 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국내 제 1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 소속 가수들이 과거 들려줬던 음악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SM Music Performance.
그 특징을 보자면 소리를 왜곡하는 디스토션이 난무하는 곡 구성과 맥락을 찾기 힘든 가사.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한 겹겹이 쌓은 소리들과, 유영진이라는 작곡가의 입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SMP는 90년대 중반 아이돌 1세대라 불리는 SM소속 가수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지배했는데, 이러한 물결이 지나간 뒤로 SMP는 오히려 종종 조롱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SM에 대한평가는 과거 20세기 한국대중음악 황금시대의 걸림돌 내지는 반대편에 서있는 적이었으며, 대중들에게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옷을 입히는 독재자의 이름과도 같았으니까.
SMP의 종말을 예고하는 f(x), 그리고 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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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SMP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무너지면서 SM의 음악이 재조명되기 시작한 지점은 그렇게 길진 않지만, 꽤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중심에는 SM이 배출한 두 그룹이 있는데, 하나는 2010년 첫 번째 EP <NU 예삐오(NU ABO)>로 신선한 한방을 선사했던 'f(x)'이고, 다른 한 팀은 이번에 네 번째 EP <셜록(Sherlock)>을 발매한 '샤이니(SHINee)'다.
SM이 배출한 새로운 색깔의 이 두 그룹사이에는 특별한 교집합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SMP에서 벗어난 독특한 질감의 소리와 퍼포먼스다. 이러한 느낌의 중심에는 토마스 트롤센(Thomas Troelsen)과 같은 70, 80년대 유럽의 클래식 하우스 음악을 재연하는 작곡가들이 있다. 또한 이러한 사운드는 과거 '유리스믹스(Eurythmics)', '펫샵보이즈(Pet Shop Boys)', 포스트 펑크 '뉴 오더(New Order)'와 같은 사례들에서 보여주듯, 국내 대중들에게 큰 이질감은 없다는 것도 현재 f(x)와 샤이니의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9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유로댄스나 유로팝보다 그 이전에 뉴웨이브 사운드의 재연은 이제 SM이 들려주는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팝신에서 인디팝이나 인디 일렉트로닉이라는 범주로 크게 성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몽구스(Mongoose)'가 대표격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자본과 퍼포먼스로 무장한 샤이니의 이번 미니음반 <셜록(Sherlock)>은 케이팝 전성기 한 가운데에 있는 지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새로운 SM의 음악, 그 중심에 있는 해외작곡가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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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외의 작곡가 집단이 SM에 공급하는 음악들은 이제 SM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단순히 장르로서 구분 짓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SM에서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작곡가들인 켄지(Kenzie), 유영진의 지분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제껏 토마스 트롤센과 같은 새로운 움직임을 가장 부드럽게 흡수하고 있는 그룹은 역시 f(x)였는데, '몬로스(Monrose)'의 원곡 'Hot Summer'를 비롯해서 'NU 예삐오(NU ABO)', 'Gangsta Boy'의 경우에는 현재 국내에 활동하고 있는 다른 걸그룹과 구분되는 그들 색깔 그 자체로 정립됐다. 그녀들은 분명 '소녀시대'와는 다른 존재인 것이다.
샤이니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링딩동'이나 '루시퍼'의 경우엔 모두가 짐작하듯이 유영진의 손이 닿은 음악이지만, 그 외에 '누난 너무 예뻐'나, 'Hello'. '줄리엣'과 같이 괜찮은 댄스곡으로 평가받은 노래의 경우 대부분 해외작곡가들의 힘을 빌렸다.
모하메드 알리(Mohamed Ali), 코빈 블루(Corbin Bleu)와 함께 판권을 가진 곡들을 새롭게 재편곡하여 만들어졌긴 하지만, 이것으로 그들이 과거 SMP의 기운을 뺀 새로운 선두주자로서 SM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은 명백했다. 그들은 분명 '슈퍼주니어'와는 다르다.
샤이니의 미니 4집 <셜록(Sher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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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위기에서 나온 샤이니의 <셜록(Sherlock)>의 타이틀곡인 '셜록(Clue+ Note)'은 지금까지의 샤이니가 들려준 음악의 완성형이다. 곡 구성이나 사운드의 질, 악기의 구성은 지금껏 SM이 발표했던 모든 음악들의 집대성처럼 느껴질 만큼 훌륭하다. 인트로, 특히 코러스에서 확- 하고 터지는 멜로디의 경우 유로팝의 그것을 따라가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트로이잔의 밴드인 '프라이빗(Private)'에서도 결코 들을 수 없는 강력함이 녹아있다. 하이브리드도 이쯤 되면 예술이다.
좀 더 고무적인 사실은 샤이니 멤버들이 가진 하드웨어, 즉 퍼포먼스와 가창력도 이 곡에서 잠재력이 터졌다고 느낄 만큼 유려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SMP의 고질적인 병폐라 평가되던 가사의 내용도 작사가 조윤경의 능력으로 세 번째 트랙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조금은 유치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지금껏 나온 아이돌팝에서 이런 구성은 접하기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에 유일한 문제점은 해외의 작곡가들이 만든 곡과 국내의 작곡가들이 만든 곡들의 집중도 차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부드럽게 댄서블한 곡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던 4번째 트랙인 '알람시계(Alarm Clock)'까지는 정신없이 빠져듣게 되다가, 5번, 6번 트랙에 접어들면 왠지 모를 지루함이 밀려든다. '셜록(Clue+ Note)'이 주는 파워가 워낙에 강력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케이팝의 전형이라 말할 수 있는 국내 작곡가들의 특유의 감성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차이가 나버리면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시작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이번 샤이니의 미니음반인 <셜록(Sherlock)>은 SM이 가지는 또 다른 에너지를 보여준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 SM을, 그리고 샤이니라는 그룹을 주목해서 봐야하는 이유가 이 음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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