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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에세이

Ben Webster - [Soulville (1957)]

[ Ben Webster ]

나는 가끔 음악이 나에게 선사하는 놀라움에 대해 감탄하고는 한다. 어딘가 아무것도 잡힐 것 같지 않을 두려움과 절망속에서 괴로워할때, 꽤나 드라마틱하게 갑작스레 튀어나와 스피커를 통해 울려대는 그 소리의 진동은 급격하게 가슴을 때리는 것이다.




벤 웹스터의 음악은 그렇게 날 찾아왔다. 하지만 그전까지 내가 가진 벤 웹스터의 음악에 대한 이미지는 기실 이렇게까지 심도있게 고려하던 아티스트의 범주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다시피 그의 쇳소리 듬뿍 담긴 테너는 왠지모를 '노인네'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가 주로 연주하는 발라드 넘버들은 그의 음악성을 논하기엔 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매우 공교롭게도 그의 음반은 이제 내가 가장 현실에 찌들고 힘들때 찾으며, 또한 그속에서 안식을 얻는 음반이 되어버렸다. 만일 음악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를 누군가 '평화로움'에서 찾으라고 한다면, 나에게 벤 웹스터의 음악은 아마 지상최고의 음악일 것이다.

그런 그의 57년작 앨범인 <Soulville>는 특히나 나에게는 가장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때의 나는 너무나 피로해서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머릿속은 담배연기로 뿌옇게 차있었으며 가슴은 누군가 바늘로 찔러대듯 쿡쿡 거렸다. 어쩔줄 몰라하며 침대에 털썩 드러누워 멍하게 있을때, 버릇처럼 내가 누른 CD플레이어의 플레이 버튼은 곧 '웅-' 하는 소리를 내며 벤 웹스터의 <Soulville>앨범의 세번째 트랙인 'Time On My Hands'를 연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다짐했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에게 가장 의미있는 음반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지체없이 이 음반을 꼽으리라.

노만 그랜츠와 벤 웹스터의 기막힌 상성. 그리고 이 앨범에 참여한 오스카 피터슨과 레이 브라운의 어긋난 듯 하면서도 척척 맞아들어가는 협연. 허브 엘리스와 벤 웹스터의 블루지한 연주에 대한 이야기나 트랙뒤에 숨어있는 벤 웹스터의 초기 피아노 연주에 대한 신선함은 여기에서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지 않아도 이 앨범이 나에게 가지는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없을 만큼 높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