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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감상문

[결산] 2009년, 올해의 재즈앨범 ㅡBEST 10

* 우선 동이 터오는 이 새벽에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정했다.
따라서 낼 아침 또 다른 형태로 음반이 더 첨가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10장 타이틀 앞에 붙은 숫자는 순위가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 1. Vassilis Tsabropoulos - The Promise ]


처음엔 역시 바실리스 사브로풀로스.
사실 올해는 거장들의 귀환음반이 존테일러나 찰스톨리버..
패티투치, 랄프타우너 정도를 제외하면.. 그닥 와닿는 음반이 갠적으로 많지 않았던거 같다.
게리피콕, 엔리코라바, 빌 프리셀.. 하나하나 따지면 나쁘진 않았지만.. 뭐랄까..
암튼 포스는 여전해도 소리는 재탕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피아노 중에 젤 기억에 남는 분이라면 역시 피에라눈지이긴 한데..
그래도 사브로풀로스가 주는 신선함은 그러한 그의 관록을 뛰어 넘는 무언가가 분명 존재한다. 
클래식적인 면이 부각되긴 하지만,
쇼팽으로 각인됐던 레젝 모즈체르에  비하면 좀 더 신성하고도 정통적인 느낌이랄까..
울림도 아주 좋다. 


[ 2. Freddie Hubbard - Without a Song: Live in Europe 1969 ]

프레디 허바드..
올해 재즈계에서 가장 슬픈소식이라면 역시 이분의 사망..
그리고 남겨진 블루노트 음원..
감상평은 예전에 한번 남겼기에 길게 쓰진 않겠다.
다만 그가 죽은 이 시기에 그가 가장 화려했던 연주라니.. 어찌보면 참 잔인한 음반이다. 


[ 3. Vijay Iyer - Historicity ]

아까전에도 말했지만, 올해는 오래된 거장보다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연주자들의
훌륭한 음반들이 몇 있었는데, 사실 비제이 아이어는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다.
굉장히 균형있는 모던 크리에이티브. 많은 재즈 마니아들이 이쪽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가 사실 그 장르에 대한 일종의 부정확성. 혹은 유러피언 재즈에 대한
편중등이 그 이유라고 생각되는데 사실 이 정도의 아티스트들이 꾸준히 나와만 준다면,
더 이상 재즈는 미국을 져버리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진짜 재즈는 미국, 그 중에도 뉴욕에서 출발한다 라는
대명제에 모두가 수긍하는 그 시기는 이 음반과 비제이 아이어를 듣고, 보고 있노라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 4. Robert Glasper - Double Booked ]

자. 이야기는 자꾸 이렇게 미국으로 빠지고 포스트 밥으로 빠진다.
로버트 글래스퍼의 이 음반은 라이선스다. 그게 뭐 대수냐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내에 글래스퍼가 가진 지명도나 더 나아가 재즈라는 음악이 가지는 지명도를 생각하면 꽤 파격적이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소리, 혹은 블루노트의 푸시를 생각할 수 있는데 음반을 듣고있노라면 그가 추구하는 재즈가
기존에 틀에서 얼마만큼 비켜가는가를 단번에 캐치할 수 있다.
음반 자체가 완전히 둘로 나뉘어져 있다는 느낌인데,
하나가 모던이라면 하나는 훵크, 소울, 힙합이 뭉쳐있는 그들 본연의 음악이다.
그래서 이것이 포스트 모더니즘인가? 아니다. 이게 바로 또 다른 형태의 포스트 밥이다.
제이딜라, 모스뎁 등과의 교류는 이렇게 변형을 낳았다. 장담컨데 대중은 이들을 따를 것이다.
아무리 amg가 별점을 짜게줘도 말이다.


[ 4. Jan Lundgren - European Standards ]
 
자. 이제 미국얘기 그만하고 유럽으로 눈을 돌려 보자. 
앨범타이틀이 유러피언 스탠다드고, 얀 룬드그렌 트리오가 연주한다. 느낌이 오는가? 그들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미국에 비제이 아이어, 로버트 글래스퍼가 있다면
난 유럽에는 얀 룬드그렌과 토드 구스타프센이 있다고 믿는 쪽이다.
물론 과거에 에스뵈욘 스벤손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한때 내가 좋아했던 부게 베셀토프트에게선 큰 기대를 걸기가 조금 어려워졌다면,
난 이제 이들을 본다. 그리고 룬드그렌도 그걸 안다. 본다는걸 안다. 참으로 영리하다.
그래서 이 음반에는 크쥐시토프 코메다가 있고, 루이스 바칼로프가 있으며 놀랍게도 크라프트베르크가 있다.
아울러 에스뵈욘 스벤손의 음악이 음반 맨 끝에 존재한다. 정말 얀 룬드그렌은 무언가를 아는 것이다.


[ 5. Fred Hersch - Plays Jobim ]

사실 이 음반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조빔이라.. 글쎄.. 이제껏 조빔을 따라갔던 수 많은 뮤지션들 가운데
조빔의 음악을 제대로 관통했던 연주자들이 얼마나 있었는가.. 그리고 그들이 조빔을 따라갔던 이유가 무엇인가를
상기하면 사실, 조빔은 조빔 그 자체로 두는게 난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쪽이다.
그래도 프레드 허쉬는 좀 다를거라 믿었다.
예전에 그가 연주한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연주 음반에서 내가 받았던 감동이
이번에도 이어질거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솔직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난 좀 더 섬세하게 그가 브라질리언과 조빔과 교류하길 바랐지만,
그 것은 제 아무리 프레드 허쉬라도 피아노 한대만으론 역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음반을 꼽은 이유는, 그래도 역시 이 정도 수준의 조빔을 피아노 한대로 나타내는
연주자는 그가 아니면 안된다는 개인적인 이유다.


[ 6. 송영주 - Love Never Fails ]

황덕호 선생님은 송영주의 음악을 들으면 질투가 생긴다 라는 표현을 하였지만,
난 송영주의 연주를 들으면 화가 치민다.
올해 국내에서 발매된 재즈음악 가운데, 최고의 재즈음반이 무엇인가.
난 반문한다. 손성제의 <chaosmos>외에 어떤 음반이 있을까?
박주원? 김가온? 플랩? 윈터플레이? 아니면, 뭐 푸디토리움??
물론 다 훌륭하다. 아마 그럴 것이다. 특히 김가온의 경우도 단순히 연주실력으로 본다면 정말이지 질투가 치민다.
하지만 트리오 구성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이렇게 꾸준히 들려줬던 연주자 가운데 송영주가 있다는
사실을 대중들은 너무 잊고산다. 그건 잊어선 안되는 것이다. 이걸 잊으면 재즈는 발전할 필요가 없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알다시피 재즈에서 즉흥, 그리고 연주는 단순히 프레이즈 늘리고 코러스 몇 바퀴도는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난 그녀가 연주하고 고민하는 것에 희망을 건다.
그리고 그 순간 음악은 음악이 아니게 된다. 그러면 안되지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 7. 손성제 - Chaosmos ]

손성제 얘기 나왔으니, 이제 그의 음악 얘길 해보자.
서영도의 브릿지가 나왔을 때, 국내 몇몇 재즈팬들은 재즈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 시도. 그리고 도전을 높이샀다.
그것이 성공이냐 아니냐는 후에 문제다. 이 척박한 국내 재즈시장에서 그의 이러한 행보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답습하지 않는다. 개척한다.
벽을 뛰어넘고 산을 넘는다. 그리고 꿈을 꾼다. 분명 어느순간 깰 꿈인줄 알면서도 억지로 억지로 꿈을 꾼다.
손성제의 이 음반이 그렇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그냥 나둬도 모를건데, 더 모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송영주의 음반 때처럼 나는 화도 못낸다. 그냥 들을 뿐이다. 그것도 음반이 아니라 음원으로. 
그럴때면 분노대신 조금은 비참하다는 자괴감이 나를 짓누르게 되는 것이다.


[ 8. Charles Tolliver - Emperor March ]

찰스 톨리버.
그가 화려한 복귀를 꾀하고 국내 재즈팬들에게 수많은 갈채를 받았을 때, 그가 지휘하는 빅밴드와
미래의 재즈 모습을 본건 나하나 뿐일까.
찰스 톨리버의 과거 프리재즈. 그것을 조금 품은채 그의 빅밴드가 연주하는 예의 지르는 소리들은
이 음반에서 중간을 차지한다.
과거에 비하자면 아이러니 하게도 후진이다. 그렇다고 퇴보와 헷갈리진 말자.
후진을 하는 이유는 기름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방향을 재설정하기 위해서다.
누구를 위해서? 보행자를 위해서. 그리고 도로의 흐름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 후에는 그야말로 시원하게 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찰스 톨리버 빅밴드가 위대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 9. Live At The 2007 Monterey Jazz Festival ]

드림팀, 슈퍼밴드 등등 가끔씩 얘기하다보면 우린 최상의 조합이란 것에 일종의 환상을 품는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이 늘 옳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요는 조합에 앞선 구성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최상의 팀이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면면을 보자. 데이브 홀랜드. 곤잘로 루발카바. 크리스 포터. 에릭 할랜드.
그야말로 이보다 더 잘 나갈수 없는 조합이다. 그렇다면 구성은?
놀랍게도 이들은 그것마저 신명나게 해낸다. 이 화려한 진용이 그야말로 신나는 라이브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쯤되면 국내에 이 음반 풀리자 마자 바로 매진된게 우연이 아니다. 
말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사실 이럴때 써야하는게 아닐까.
좀 더 압축하자면 최근에 들어본 라이브 모든 음반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웠다.
아니, 따지고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었을런지도..


[ 10. John Patitucci Trio - Remembrance ]

따지고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 음반도 역시 그런 음반인데, 그 전에 나는 고백할게 하나있다.
존 패티투치.. 난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지난 콩코드 시절. 그리고 grp시절.
존 패티투치 하면 퓨전이었고, 그리고 재즈록 시대를 거쳐간 컨템포러리 씬에서의 
퓨전이란 장르는 사실  나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맞다. 건방지다. 하지만 그땐 그랬다.
그런 그가 트리오로 연주한다.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거장 조 로바노(그의 존재감은 존 패티투치 트리오라는 이름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요즘 한창 바쁜 브라이언 블레이드.
그렇게 음악은 완성되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음악은 결코 그때 단정해선 안된다. 
그러한 진리를 이 음반은 나를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