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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에세이

Sinatra & Jobim - [The Complete Reprise Recordings (2010)]

[ Frank Sinatra ]



예전 시나트라와 조빔이 같이 나란히 앉아 노래를 하는 영상을 본적이 있다. 알겠지만 꽤 유명한 영상이다.

언제나 진중한 표정의 시나트라는 왼편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조빔이 치는 기타에 딱딱 박자를 맞춘다. 그리고는 특유의 저음을 마치 안개처럼 뿜어대며 소리는 그렇게 사방으로 펼쳐나간다. 난 그 장면을 보면서 상당히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혔는데, 그것들을 여기서 다 풀수는 없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그 장면이 나에겐 다분히 이질적이며 상업적으로 비춰졌다는 것. 그래서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것 정도다.

그러고 보니 시나트라를 무척 싫어하던 지금은 헤어진 예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 그녀와 나는 가끔 재즈 클럽에 들러서 이러저런 음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말동무 였는데, 그녀가 시나트라를 싫어하는 이유는 음악적인 측면에선 꽤나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반대로 성향의 측면에선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한 마디로 시나트라, 그는 열성 '공화당원' 같다는 것이다. 굉장히 마초적이고 또한 부유해 보이는 중년의 백인 남성. 그녀는 그런 남자에 대해 일차적인 거부감이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딱 보기에도 유순해 보이고 선이 얇아 보이는 '멜 토메'를 그녀는 더 선호했고, 또한 딱히 남성적이지 못하고 남성성을 강요하지도 않던 나를 좋아해줬던 것 같다.

여전히 더웠던 주말 저녁. 시나트라와 조빔이 함께 녹음한 <The Complete Reprise Recordings>를 다시 감상했다. 아직 정식으로 수입된 음반은 아니기에, 이 음원을 먼저 듣고 난 이제 곧 해외오더 버튼을 누르려던 참이다. 1967년 이미 발표된 바 있는 시나트라와 조빔의 음반에 미발표곡을 추가시켜 완성된 이 협연 음반은, 그만큼 음질도 상당히 만족스러울 뿐만 아니라 구성도 뛰어나, 개인적으로 올해 들었던 재즈음반 가운데 다섯 손가락안에 꼽아도 충분할만한 소리를 계속해서 들려준다.

아울러 나는 이 음반은 들으며 시나트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60년대 후반에 그가 힘을 빼고 조빔의 넘버를 노래하는 그 곳에는, 빨간색 표지에 요란한 소리를 동반한 캐럴을 부르는 그가 없었다. 영화배우로 짐짓 고개를 내젓는 그도 없었다. 이미지를 파는 마초도 없었다. 특유의 벽을 쌓듯 고음을 지르는 드라마틱한 발성도 없었다. 거기에는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음역에서 노래를 하는 시나트라와, 이제는 꽃이 만개한 위대한 작곡가 조빔의 기타만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감미롭다'와는 분명 다른 소리였다. 그것은 '시나트라'라는 위대한  가수가 부를 수 있는 그만의 소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담컨데 거기엔 분명 '음악'만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만일 그녀가 이 음반을 다시 듣는다면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그녀는 다시 시나트라를 사랑해줄 수 있었을까 하는 이 어처구니 없는 의문은, 어찌된 일인지 오늘까지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못하고 시나트라의 담배연기 처럼 빙빙 곁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