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즈 에세이

Ella Fitzgerald - [Live in '57 and '63 (2006)]

[  Ella Fitzgerald  ]



엘라 피츠제럴드는 수줍다. 그녀는 라이브가 끝나면 언제나 관객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연발했으며, 약간의 실수라도 내보일라 치면 리듬을 타며 죄송하다는 인사를 건네는 그런 보컬리스트다.
그런 그녀의 노래는, 그래서 때로는 듣기에 버겁다. 어쭙잖은 동정따위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지만, 연신 땀을 닦아가며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녀를 상상하면 그런 기분을 떨치기가 좀 어렵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2010년 새벽에 조금은 멍-한 상태에서 재즈 아이콘스에서 발매한 dvd시리즈를 보며 새해를 맞았다. 그때 선택한 것이 엘라의 1957년 벨기에 브뤼셀 라이브 공연과 1963년 스웨덴 스톡홀름 스튜디오 공연이 함께인 영상이었는데, (dvd정보를 좀 더 넣자면, 한국의 한 업체가 이 시리즈를 12장으로 묶에 이제는 정말 떨이로 개값에 판다. 그리고 찍혀진 표지에는 오타 투성이) 특히 벨기에 공연영상은 그녀의 영상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록물이다. 이곳에서 그녀는 총 아홉곡의 노래를 하며, 그리고 그런 그녀를 벨기에 관객은 그야말로 열렬히 환영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재미있는 것은 역시 그녀의 스윙감이다. 그녀의 스윙은 영부인이란 그녀의 별명 만큼 기품있고 또한 수줍다. 그렇다고 결코 움츠러들지 않는 그녀의 스윙은, 이 영상의 백미다. 또한 맨 마지막 곡인 'it don't mean a thing'에 빛을 발하는 그녀의 조금은 거친 스윙은, 전성기가 끝나가는 무렵의 엘라를 생각한다면 사실 너무나 반가운 감동이다. 그리고 반대로 스웨덴 스톡홀름 스튜디오 공연에 실려있는 'georgia on my mind'나 'desafinado'는 감동이 확실히 덜 하다. 

하지만 벨기에 공연에서 그 뒤를 받치는 레이 브라운과 허브 엘리스, 어쩌면 일본에서 더 유명한 돈 애브니와 후반에 등장해 같이 인사하는 오스카 피터슨의 리듬 섹션과 그녀의 목소리는, 사실 그것으로 됐다고 말해도 될만큼 충분히 강력하다. 특히 이 dvd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lullaby of birdland'인데, 이 곡이야 말로 처음 언급했던 그녀의 '움츠리지 않는 스윙'에 적격이다. 단순히 만개하는 스캣을 해보이는 엘라보다는, 이 시기에 성실하고도 애처롭기 까지한 그녀의 매력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성향과 제일 잘 맞아 떨아진다. 알겠지만, 이런 곡은 사실 찾기가 쉽지 않다. 어쨌거나 1957년, 수줍은 신부마냥(이 시기에 그녀는 실제로 새신부이기도 하다) 노래하는 엘라는 나에겐 올해 가장 처음 느낀 소리의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