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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에세이

Woody Shaw - [LIttle Red's Fantasy (1976)]

[  Woody Shaw ]





재즈에 있어서는 격동의 시기인 70-80년대에 트럼펫 연주자를 떠올리면 최근 우디 쇼가 먼저 생각난다.

개인적으로는 우디 쇼의 연주는 뭐랄까..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트럼펫 연주자의 부분 부분을 합쳐놓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의 연주 스타일이 당시 비밥과 하드밥의 강력한 여름날의 햇살이 저물어가고, 마치 이른 가을처럼 그 파편이 남아있는 네오 밥이나 포스트 밥으로 정의 내려버리는 모습. 혹은 그가 많은 연주 스타일을 보여 주기엔 너무 짧은 삶을 살았다 라고 할 수도 있다는 평가에서 내가 생각하는 그의 연주, 스타일을 대신 말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먼저 접한 그의 음반은 역시 <Song Of Songs>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역시나 포스트 모던의 그것과 상당부분 닿아있지만 그의 음악은 기존의 재즈스타일의 파괴가 아닌 중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중간중간 조지 케이블스의 키보드나, The Awakening 같은 곡들은 당시의 재즈스타일을 세련되게 재현해내긴 하지만, 그러한 실험적인 소리들은 그 시기 마일즈 데이비스가 제시한 이 이후의 재즈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가진 재즈음악에 대한 정체성은 상당히 확고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다.

이번에 구입한(알라딘 중고매장은 역시 예상외로 건질게 많다!) <LIttle Red's Fantasy> 같은 음반은 <Song Of Songs>보다 한결 더 부드럽다. 톤도 훨씬 안정되어 있고, 복잡한 코드의 전개나 솔로로 청자의 기를 죽이지도 않는다. 프레디 허바드가 힘을 빼고 연주하면 이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그래서인지 그의 뒤를 받쳐주는 로니 메튜의 피아노나 에디 무어의 드럼, 혹은 스태퍼드 제임스의 베이스도 딱히 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음반 표지가 이야기하듯이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이 연주 전반에 깔려있다. 모달 재즈를 기반으로 76년 당시 들려줄 수 있는 묘한 느낌의 밥이 여기에 있다. 강한 햇살이 지고, 예쁘게 물들은 단풍같은 밥이 이 음반에는 넌지시 녹아 있다. 물론 이러한 단풍은 우리가 흔히 보는 단풍과는 달리, 나무에 지지않고 지금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제이슨 모란이나 로버트 글래스퍼, 혹은 테렌스 블렌차드와 같이 지금 미국을 움직이는 그들의 재즈는 분명 이 시기의 우디 쇼와 닿아있다. 거기다 요즘 같이 밤에 푹푹찌는 밤이 계속되는 날이면, 우디 쇼의 연주 하나만으로 깨기 힘든 신비로운 꿈을 꿀것만 같아 그의 연주는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