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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에세이

John Hicks - [Sweet Love of Mine (2006)]

[  John Hicks  ]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스스로 명반이라 일컬을 수 있는 음반을 과연 몇번이나 만날까.
어떤 음반이 명반이더라, 어떤 음반이 좋다더라 하는 식이 아닌, 내가 스스로 따라가는 그런 명반. 들을 때마다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 콧끝이 시큰해지거나 가슴 언저리가 먹먹해지는 음반. 마치 멀리서 오는 엄마의 손짓에 반응하는 초등학생처럼 들으면 엉덩이가 들썩이고 가슴이 웅웅거려 뛰쳐나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음반. 인생을 살면서 그런 음반을 만나기란 참 쉽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존 힉스의 음반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음반인 <sweet love of mine>은 알다시피 존 힉스의 마지막 음반이다. 그의 유작인 이 음반을 꽤 예전에 구했다가, 이사를 가다 잊어버렸던 그 날.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 난 딱히 아깝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존 힉스의 피아노를 다시 들었을 때(정확히는 얼 하인즈 송북) 난 이 음반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딱 한장 남아있던 어떤 쇼핑몰에서 구입을 하고, 몇 십년만에 폭설이 내렸던 바깥 경치를 감상하며 이 음반을 듣고 또 들었다. 

피아노 솔로, 플룻, 색소폰과의 듀오, 리듬섹션과 플룻, 혹은 테너와 함께한 쿼텟이나 퍼커션이 추가된 섹텟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다양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 이 음반의 백미는, 사실 음반에 동명 타이틀로 있는 우디 쇼의 곡이 아니라 존 힉스의 솔로나, 듀오로 녹음된 비교적 잔잔한 트랙들이다. 관조하는 듯한 그의 피아노는 음반 커버에서 보이듯이 피아노 건반을 향해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는 그것과도 닮아있다. 그렇게 엘리스 우드와의 가느다란 플룻과 함께 연주되는 여린 그의 피아노는, 이 음반에서 때론 흥겨운 리듬에 섞여 연주되기도 하지만 그 느낌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모르겠다. 사실 그는 늘 힘을 뺀 연주만 했던 연주자는 결코 아니었기에(나에게 존 힉스는 말 그대로 부드럽게 질주하는 연주자다) 이 음반 한장으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실례일지도 모르나, 나는 이 음반이야 말로 존 힉스라는 연주자를 느끼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마치 남들이 좋다 라고 했던 명반을 따라갔던 내가, 어느 순간 이젠 내가 좋아하는 명반을 찾아가는 그것과 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