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이야기

Stephan Micus - [Snow (2008)]

[ Stephan Micus ]

최근 들어 뉴에이지와 월드뮤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그속에 유발되는 딜레마가 분명 발생되고 있다. 과거 스테판 미쿠스의 명반이라 일컫는 <The Music of Stones>이후, 스테판 미쿠스를 위시한 뉴에이지 음악가들이 과연 제 3세계ㅡ'제 3세계'란 표현을 나도 무척이나 경멸하지만, 일단 편의상 이렇게 하기로 한다ㅡ의 음악을 온전히 표현하고 있느냐 하는게 그 문제의 핵심이다.

과연 최근의 레코딩된 뉴에이지 음반을 듣고 있으면 제 3세계의 것을 그대로 들어냈다기 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서양의 향기가 난다는 것을 분명 느낄때가 있다. 특히 이번 스테판 미쿠스의 신보나 재즈 리스너들에게는 래리 코옐의 사이드맨으로 알려져 있는 브라이언 킨의 수피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꽤 확실하게 들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음반제작의 총 권한자가 그곳 문화권 본토의 사람이 아니라 서양의 이방인 이라는 나의 무지한 선입견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머노즈 씽과 치렝 규르미의 '온전한' 티벳음악 등을 듣고 있노라면 월드뮤직과 뉴에이지 사이의 명확한 구분은 필요하다 라고 가끔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스테판 미쿠스는 이번 앨범에서도 꽤나 진보적인 레코딩 방식을 선사한다. 서양적 소리의 평률적인 다양한 악기의 편성은 물론이거니와, 마치 중세의 성가를 연상시키는 단성의 목소리를 여러번 겹쳐 들리게 하는 손질도 이래저래 시행한다. 아울러 10분 내외의 비교적 짧은 곡들을 간추린 편성들은 굳이 서양의 그것을 연상시킬 필요없이 신성한 신을 부르는 사람의 노래는 원래가 단성음악에 가깝다거나 안정된 소리는 어디서나 통용된다 라는 결론을 얻을 수도 있지만, 월드뮤직에 생소한 리스너들을 위해서 거부감을 차감시키는 노력이 음악 곳곳에 어느정도 숨어있는 듯 한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것은 스테판 미쿠스가 그들의 음악을 가지고 올때의 모습과 자세다. 그는 단언하건데 그들의 소리를 가져와 우리와 같은 무지한 이방인들에게 소개를 할때에, 무척이나 신성한 의식을 행하듯 고귀한 무엇으로 전해준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음악의 '날것'과의 비교에서 진실에 가깝느냐 가깝지 않느냐에 대한 논의를 하기전, '날것'을 가지고 이방인의 세계에 왔다가 그들 세계에는 없는 자본의 논리의 휘둘려 '썩은 것'으로 돌아갔던 수 많은 월드뮤직 음악인의 뒷모습을 상기해보자. 그러면 스테판 미쿠스의 음반이 가지는 가치는 자연스레 발생된다고 생각한다. ㅡ그런 측면에서 이번 콜드플레이의 신보인 <Viva La Vida>도 언급하고 싶지만,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잠깐 유보..ㅡ
 

나같은 물러터진 현대인은 자연을 갈망하면서도, 자연안에서 살지 못한다. 그곳에 들어가면 아마 삶을 위한 삶만을 살게 될 약해빠진 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일상의 탈출을 바라고, 거대한 자연이 주는 경건한 하고도 차분한 자극을 바라고 또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신보인 <Snow>는 재즈를 제외한 여타의 장르가운데, 내가 가장 만족스레 들은 음반 중 하나였다. 하얗게 덮여있고 고귀하게 반짝거리는 바깥 풍경을 보며 'Nordic Light'를 듣고 있거나, 깜깜한 저녁에 사방에 불을 끈채로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Sara'를 듣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딴 세상에 가 있는 기분이다. 그곳은 나약한 내가 이 거친 일상에서 잠시나마 꿈꿀 수 있는 이상세계, 바로 그곳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그의 음악의 순수성에 대한 논의이전, 난 분명 그에게 감사할 수 밖에 없는 마음으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