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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에세이

Jason Moran - [Artist In Residence (2006)]

[ Jason Moran ]



얼마 전, 모 앨범의 라이너 노트에서 미국의 재즈와 유럽의 재즈를 비교해놓은 글을 읽은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과거 모던재즈시대에는 분명 유럽의 재즈가 변방이었지만, 현재는 그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본토인 미국의 재즈 뮤지션들이 외려 변방이 되었다는 꽤 공격적인 문장이었다.

그리고 장고 라인하르트를 필두로 마샬 솔랄, 라스 굴린과 같은 꽤 오래된 영감님들의 이름에서부터, 현재 엔리코 라바, 알버트 망겔스도르프, 존 서먼과 같이, 음악성과 아울러 어느정도의 이쪽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은근한 도발의 냄새를 풍기는 것이었다.
 
물론 나 역시 현재 미국의 재즈씬에 대해서 마샬리스의 손아귀에 맴도는 멤버들과 그 외에 엠베이스나 팝재즈가 상업적인 변화에 기인하여, 다 같이 몰입되는 코드로 흘러가는 미국 음악시장 구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유러피안 재즈가 미국의 재즈를 완전히 잠식했다는 식의 저런 극단적인 표현은 어느정도 수긍하면서도 거슬리긴 했다.
이성적이고도 창의적인 뉴요커 존존이나 크리스 포터. 그리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들의 이름들을 한꺼번에 묻히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하지만 최근 몇년간 유러피안 재즈는 여러가지 의미로 확실히 강세다. 이 의견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마 많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연 현재의 미국의 재즈 메인스트림은 과연 그들의 말대로 정체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리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상업성으로 찌든 미국의 음악시장에서 통과해야 할 좁은 구멍을 어떠한 방식으로 관통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사실 내가 늘 가지는 의문점이긴 했지만, 답을 찾기위해 주목했던 흔히들 말하는 미국 영라이언들의 음악속에서는 그들의 뚜렷한 공통의 움직임을 찾는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들었던 제이슨 모란의 <artist in residence>의 재미있는 시도는, 근래의 발매된 블루노트작 가운데 상당히 흥미있게 청취한 음반 중에 하나이다. 포스트 밥(post-bop)이라는 일종의 스타일의 음악 중에서도 단순한 하이브리드가 아닌, 현대미술의 화두인 일탈과 통합을 말하는 아티스트 아드리안 파이퍼(adrian piper)의 궤적을 훑는 제이슨 모란의 일련의 작업은, 그다지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그 주제에 충실히 따른다는 느낌이다. 특히 일렉이든 어쿠스틱이든 결코 적정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어울리는 그의 조율이 아주 훌륭하며, 그가 시도하고자 하는 포스트 밥과 앨범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주제의 어울림과 그에 따른 청자의 설득 또한 무리가 없이 전개된다. 이런 걸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유럽이던 미국이던 발전과 진보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곳이나 존재하고 언제나 진행 중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에릭 리드나 사이러스 체스트넛의 신보리뷰를 뒤적여 봐야겠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놓친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Jason Moran - Piano
Marvin Sewell - Guitar
Tarus Mateen - Bass
Nasheet Waits - Drums
Ralph Alessi - Trump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