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ll Evans & Jim Hall ]
이 음반을 접한 건 꽤 예전일이다.
사실 언제인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디선가, 과거에, 희미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이들의 소리를 들은적이 있었다는 정도다. Undercurrent. 알겠지만, 이 음반은 너무나 유명하다. 빌 에반스와 짐 홀이 함께한 이 음반은, 특히 재즈를 처음 듣는 청자들에게는 이제껏 반 백년간 초입의 음반으로 권해져왔고, 앞으로도 200년은 권해질 명반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 음반의 백미는 마치 음반의 표지마냥 조용히 침전하는 소리들이 아니라, 숨이 끊어질때까지 뛰어대는 맥박과 같은, 끊어지기 직전에 생명력을 닮은 짐 홀과 빌 에반스의 솔로라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은 이 음반을 떠올리면 역시나 조용한 그 무엇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내가 이 음반을 어느 시점에 잊어버린 건 꽤 예전일이다.
아꼈던 음반이기에 다시 구입하려했지만, 한동안 왜 인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냥 그동안 이 잊혀진 음반보다 더 갖고 싶었던게 많았던 것 같다. 그것은 알겠지만 돈에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만원이 채 안되는 돈.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다시 산 이 음반을 다시 들었을 때, 내 앞에는 뭔가 뿌연 안개같은 것이 드리워졌다는 기분에 잡혀버렸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좋아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참 해롭다. 음악이란 나약한 사람이나 듣는 거라고. 마약같은 거라 사람의 마음을 여리게만 만든다고 조언하던 누군가가 떠올랐다. 다시 사지 말걸 그랬다. 듣지 말걸 그랬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나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 조차 능숙해져 버린 것 같아, 이 음반을 들으면서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하고 말아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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