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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감상문

주말 청취 목록 - 2017.09.30 ~ 10.01




0. 김현식 <6집 내사랑 내곁에 (1991)> 


국내 발매된 음반 중에 특히나 좋아하는 것들은 LP로 구입해서 따로 듣고 있다. 자글거리는 노이즈가 예전에 소리들과 만나서 어우러질 때, 퍼지는 소리란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김현식의 이 음반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나의 조그마한 워크맨으로, 그리고 부모님의 차 안에서 너무나도 자주 들었던 앨범이다. 십수년이 지나도 이 6집에 실린 모든 곡들은 지금도 다 따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에게는 완전히 '각인'된 음반이라는 것이다. 김현식의 이 노래들은 당시 초등학생도 안 된 나에게도 굉장히 쓸쓸한 무언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던 그의 병세가 깊어진 탓도 있고,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 스타일의 특이점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표면적인 것들과는 달리 무거운 그 무엇이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다시 들었던 그의 음악은 과거와는 달리 조금 세세한 것들 (예컨데 동아기획, 유재하, 김종진, 김영, 오태호, 빛과 소금, 신촌블루스 등등..)을 알기 시작하면서 음반을 뜯으면서 알아가기도 했다. 그래도 그의 대한 쓸쓸한 단상만큼은 더 명확하게 드리어왔다. 그의 노래는 늘 그랬지만 이 음반도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블루지하다. 길을 걷다 사람을 멈추게 만드는 노래, 음악, 소리. 그리고 그 기억 만큼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유효할 것 같다.